[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LG그룹의 기틀을 닦은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14일 오전 10시께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
구 명예회장은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장남으로 그룹 2대 회장을 지냈다. 구인회 창업회장을 도와 LG를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성장시킨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1925년생인 구 명예회장은 1945년 진주사범학교 졸업 후 5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다 1950년 LG그룹 모태인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 이사로 취임했다.
경영에 나선 구 명예회장은 회사 성장을 이끈 '럭키크림' 생산을 직접 담당하며 현장 수업을 받았다. 이후 창업회장과 함께 럭키표 치약을 생산하고 현 LG전자의 모태인 금성사를 설립했다. 1966년 8월에는 국내 최초로 19인치 흑백 TV를 생산하며 가전 기술을 이끌었다.
이후 1970년 45세의 나이에 LG그룹 회장에 올라 25년간 그룹을 지휘했다. 회장 재직 시절 주력 사업인 화학과 전자 부문을 부품소재 사업까지 확대하며 LG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창업회장이 강조한 '남이 하지 않는 일을 찾아 도전하는 개척정신'은 구 명예회장 대에 이르러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란 새 경영이념으로 발전했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14일 오전 별세했다. 사진/LG그룹
LG그룹은 구 명예회장이 취임한 1970년 매출 260억원에서 퇴임한 1995년 30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재임 기간 설립한 국내외 연구소만 70여개에 이른다.
"70세가 되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강조했던 구 명예회장은 실제 70세가 되던 1995년 2월 장남인 고 구본무 전 LG 회장에게 자리를 물려준 후 경영에서 물러났다. 이후 LG복지재단 이사장직을 유지하며 교육 활동과 공익재단을 통한 사회공헌 활동을 해왔다.
평소 가지고 있던 소박한 꿈이었던 분재와 난 가꾸기, 버섯 연구 등을 하며 자연 속에서 은퇴 후의 삶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구 명예회장은 슬하에 지난해 5월 숙환으로 별세한 구본무 전 회장을 비롯해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 등 6남매를 뒀다. 아내 하정임 여사는 2008년 1월 별세했다. 현재 LG그룹은 구본무 전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회장이 이끌고 있다.
구 명예회장의 장례는 고인과 유족들의 뜻에 따라 가족장으로 최대한 조용하고 차분하게 치르기로 했다. LG그룹은 "유족들이 온전히 고인을 추모할 수 있도록 별도의 조문과 조화를 정중히 사양한다"며 "빈소와 발인 등 구체적인 장례 일정도 외부에 알리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