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최근 한국과 중국 정치 지도자들의 만남이 이어지면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로 얼어붙었던 중국 단체관광객(유커)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23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10월까지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수는 500만8775명으로 전년 대비 26.2% 증가했으나 사드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사드 보복 조치가 있기 전인 2016년 10월까지 누적 중국 관광객 수는 약 702만명이었다. 이후 사드 여파로 2017년 417만명, 2018년 479만명으로 떨어졌다.
상하이 등 특정 지역에서 개인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은 올해 사상 최고에 이를 만큼 증가했지만 단체관광객의 숫자가 좀처럼 늘지 못한 탓이다. 아직까지도 중국 당국의 한국행 비자 발급이 완전히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기업 임직원 단체관광인 포상관광은 2016년 12만명에서 2017년 1만7000명으로 급감했다. 2017년 3월 중국 정부는 사드 보복으로 한국으로 향하는 단체관광 비자 발급을 중단한 바 있다. 이 조치로 중국 노선 수와 매출이 많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지난달 서울 중구의 한 백화점 면세점 입구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개점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후 2018년 하반기부터 중국인 관광객 방문이 회복세를 타고 있지만 항공사들은 2016년 이전처럼 적극적으로 단체관광객을 유치하지는 않고 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일부 지역에서는 한국행 단체비자를 발급하지만 대부분의 지역이 아직 제한하는 상태"라며 "이 때문에 많은 항공사가 아직 적극적으로 단체관광객 유치에 나서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들의 경우 지방공항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단체관광객 수요가 절실하다. 국토교통부로부터 운수권을 배분받을 때 지방공항에 얼마나 취항하는지가 평가 기준이기 때문이다.
또 탑승객을 채우지 못했더라도 항공기를 띄우는 게 통상 수익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지방공항으로 남는 기재를 돌리는 실정이다. LCC 관계자는 "개인 여행객은 서울로 몰리기 때문에 지방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는 단체관광객이 더 중요하다"며 "또 내국인 수요는 한정적이라 인바운드(외국인 여행객)를 꼭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히 올해 들어 국내 항공사들이 전반적으로 실적 부진에 허덕이며 정부도 인바운드 수요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19일 국토부는 국내 항공산업 체질 개선을 위해 지방공항을 중심으로 인바운드 고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방한 수요가 높은 중국 지방공항과 국내 지방공항을 연계해 항공사 수익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항공업계에서는 정부가 인바운드 수요 창출에 나선데다 이달초 왕이 중국 외교부 장관 방한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6개월만에 시진핑 주석과 다시 정상회담을 갖게 되면서 중국 단체관광객 귀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중국이 단체비자 제한을 2년 이상 유지하고 있고 이른바 '한한령'도 좀처럼 풀지 않고 있어 빠른 시일 내 수요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3월에도 문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 특별대표 자격으로 방한한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에게 단체관광 정상화를 요구했지만 진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중 대화도 사드 문제보다 북·미 대화에 무게가 실린 만큼 중국인 단체관광 재개 시점은 더욱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