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현정 기자] 자유한국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맞서 '비례한국당(가칭)' 카드를 꺼내 들면서 '비례 위성 정당'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여야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 공조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이 오는 27일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지역구 253석과 비례대표 47석을 현행대로 유지하되 비례대표 30석(의석수 상한선·캡)에 대해서만 정당 득표에 연동해 의석을 배분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연동률 50%)'를 도입한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우리나라 정치사상 처음이다.
내년 총선에 이 선거법이 적용되면 민주당과 한국당 등 거대 양당의 의석수는 줄어들고 정의당 등 소수 야당은 약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재원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24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연동형비례대표제를 포함한 선거법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이에 따라 한국당은 지난 24일 준연동형 비례제가 도입되면 비례한국당을 창당해 대응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선거법 개정에 반대했던 한국당은 위성 정당 '비례한국당'을 만들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비례대표 후보만 내는 위성 정당을 만들어 군소 정당에 뺏길 연동형 비례대표를 가져와 의석수를 지킨다는 계산이다. 지역 후보를 내지 않는 비례한국당은 정당 득표율만큼 비례 의석을 온전히 가져갈 수 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개정안에 찬성한 4개 정당과 거세게 반대한 한국당 모두 개정안 처리 전부터 득실 계산에 분주한 모습이다.
김재원 한국당 의원이 지난 25일 공개한 '비례 위성 정당 관련 검토 자료'에 따르면 선거법 개정안에 따른 선거 시뮬레이션 결과 비례한국당의 위력은 확인된다. 한국당 정당 득표율을 적용한 비례한국당이 30석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공화당은 7석, 새로운보수당의 비례 의석을 얻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당 포함 범보수 진영이 총 152석의 과반을 얻는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한국당은 '위성 정당' 당명으로 '비례한국당'을 희망했지만, 이를 선점 당하면서 사용할 수없게 됐다. 현재 중앙선관위에 강성 보수 단체 출신 최 모씨가 '비례한국당 창당준비위원회'를 등록, 한국당은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국당 관계자들은 지지층이 인식하기 쉬운 당명 후보군을 7~8개 정도 마련, 황교안 대표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명 연계와 함께 현역 의원을 위성 정당에 투입해 홍보에 나설 계획도 구상 중이다.
민주당은 이를 꼼수라고 비난하며 한국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재정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한국당은 '가짜 정당'까지 동원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혜택만 가로채겠다는 발상을 하고 있다"며 "전례 없는 꼼수로 정치 개혁 후퇴는 물론 헌법적 가치를 무시하는 행태에 국민은 기가 막힐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내부적으론 맞불을 놔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흘러 나온다. 비례한국당의 위력에 대한 민주당의 걱정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선거제 개혁 후퇴 비판을 무릅쓰고 선거법을 개악한 민주당으로선 원내 1당을 한국당에 내줄 리 없다. 만약 한국당이 '비례한국당'을 만든다면, 바뀌는 선거제도를 통해서 민주당이 의석수에서 손해를 보게 된다.
특히 민주당이 '한국당 꼼수를 두고만 볼 수 없다'는 명분을 내세워 '비례민주당'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비례민주당이 만들어질 경우, 민주당과 한국당이 의석수 확보를 위해 정치 개혁을 명분으로 했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스스로 무력화했다는 거센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비례민주당' 가능성에 대해 민주당은 "비례대표 전문 정당을 공식 검토한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전날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민주당이 비례당을 안만들면 한국당이 거의 반을 쓸어간다'는 당 관계자의 문자 메시지를 읽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비례민주당 가능성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조현정 기자 jhj@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