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반도건설이 한진칼 지분을 늘리면서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한진가의 셈법도 더욱 복잡해지게 됐다. 자칫 외부에 경영권을 뺏길 위기인 가운데 가족들끼리 방어를 위해 일단 지분은 합치고 사업은 나눌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13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재단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더한 한진 총수 일가의 지분율은 28.94%다. 여기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우호 세력으로 분류하는 델타항공 지분율 10%까지 합하면 한진가는 모두 38.94%를 확보하며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지킬 수 있게 된다.
가족 간 불화로 지분이 쪼개진 한진가는 현재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간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여기에 경영권에 끊임없이 위협을 가하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까지 크게 3파전이 예상된다.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 KCGI 3파전이 예상된다. 사진은 왼쪽부터 조 회장, 조 전 부사장. 사진/한진그룹
조원태vs조현아vsKCGI…지분 늘린 반도건설 "누구 편?"
6.52% 지분을 가진 조 회장은 우호 세력인 델타항공(10%)과 재단 등 특수관계인 지분(4.15%)까지 확보하면 20.67% 지분율을 가지게 된다.
조 전 부사장은 자신의 지분 6.49%에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5.31%,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7%를 더하면 모두 18.27%의 지분율을 확보할 수 있다. 조 회장과 차이는 불과 2.4%다. 다만 조 전무가 누구 편에 설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KCGI는 17.29%로 단일주주 중 가장 큰 지분율을 확보하고 있어 다른 주주와 연합하면 총수 일가의 경영권을 충분히 위협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최근 8.28%로 지분율을 늘린 반도건설이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조 전 부사장-KCGI' 3파전이라면 반도건설과 손을 잡는 쪽이 사실상 경영권을 잡게 되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다만 반도건설은 누구의 편인지 아직 명확히 밝히지는 않은 상태다. 재계에서는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과 각별한 사이였던 만큼 조 회장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 고문과도 친분이 있기 때문에 조 전 부사장과 힘을 합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화해'가 최선의 방어…한진가 다시 뭉치나
경영에 참여하겠다며 지분을 늘린 반도건설이 KCGI와 연합할 가능성도 있다.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이 모두 KCGI와의 연합 가능성을 열어두긴 했지만 현재까지 눈에 띄는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신민석 KCGI 부대표도 지난 7일 한진그룹의 높은 부채비율을 지적하며 재무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연합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KCGI가 반도건설과 손을 잡으면 25.57% 지분을 확보하게 돼 총수 일가로부터 경영권을 빼앗아 올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경영 참여'를 내세우며 지분을 늘린 반도건설이 KCGI와 새로운 세력을 만들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렇게 되면 총수 일가가 경영권을 외부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일단 연합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업계와 재계에 따르면 총수 일가가 힘을 합치면 앞으로 3년 이상은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지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조 회장의 임기는 올 3월 말로 3월 열릴 주주총회를 통해 재선임 여부가 결정된다.
조 전 부사장도 현재 상황으로는 경영권 확보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일단 방어하자는 뜻에서 동생과 손을 잡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총수 일가가 연합하면 조 회장은 기업 총수를 유지하는 상태에서 항공 사업을 담당하고 호텔 사업은 조 전 부사장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조 전 부사장이 공을 들였던 호텔과 레저 사업부에 복귀하는 것으로 총수 일가가 갈등을 봉합한다는 시나리오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진가가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가족 연합"이라며 "갈등은 있었지만 남에게 뺏기는 것보다는 낫다고 결국 판단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