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의 전설' 퀸 "로큰롤 죽지 않았다…프레디 만난 건 최고 행운"

18~19일 고척 스카이돔서 공연…5년 5개월 만에 내한
"젊은층 환호 듣고 영화 열풍 실감…세계 지배한 '케이팝' 축하드린다"

입력 : 2020-01-16 오후 5:06:44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타임머신을 타고 영화 '보헤미안랩소디' 한 장면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해보죠. 프레디 머큐리가 두 손을 교차하며 곡을 쓰던 그 때 순간으로…. 바꿔보고 싶다거나 그 때 못해 후회하는 거 있어요?"
 
16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영국의 현존하는 전설의 밴드 퀸(QUEEN) 기자간담회. 본지 기자의 질문에 백발, 흰수염 자태의 '전설들'이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질문이 뜨겁다('핫 퀘스천')"던 로저 테일러(드럼·보컬·70), 브라이언 메이(기타·보컬·72)가 차례로 마이크를 들었다.
 
"잠시 우리 지난 행적을 돌아보게 됩니다. 재능도 있어야 하고 성실해야 했습니다. 자신을 믿는 것도 중요했죠. 하지만 결정적으로는 '운'과 '타이밍'이 있어야 했어요. 지금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아무것도 바뀌지 말아야 했다고 생각합니다."(로저 테일러)
 
"저도 로저의 생각과 같아요. 뭐 하나 조금이라도, 맞지 않았으면 운이 달라졌을 것이고, 이렇게 큰 밴드가 되지 못했을 겁니다. 지금도 우린 운의 도움을 크게 받고 있어요. 아담 램버트를 만났고 그는 밴드에 새로운 색깔을 불어넣고 있어요. 우리가 추구하는 새로운 이상향을 향해 가고 있어요."(브라이언 메이)
 
브라이언 메이(왼쪽부터), 아담 램버튼, 로저 테일러. 사진/현대카드
 
밴드 퀸이 한국 땅을 밟았다. 5년 5개월 만이다. 오는 18~19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5 QUEEN’을 열고 한국 팬들을 만난다.
 
음악 팬들에게는 폭주적이며 우주적인 기타의 메이, 드러밍에 보컬까지 능란하게 소화하는 로저의 ‘실물’을 볼 수 있는 기회다. 프레디 머큐리(1946~1991)의 빈자리는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의 보컬리스트 아담 램버트(보컬·37)가 채운다.
 
재작년 말부터 시작된 영화‘보헤미안 랩소디’ 열풍으로 올해 공연장 풍경은 상당 부분 바뀔 것으로 보인다. 당시 프레디의 생전 삶을 다룬 영화는 1000만에 가까운 관객수를 동원하면서 한국에 퀸 열풍을 일으켰다. 
 
영화를 여러 번 다시 보는 ‘N차 관람’과 관객들이 극장 안에서 퀸 노래를 함께 부르며 영화를 보는 ‘싱어롱 상영회’가 인기를 모으고, 명곡들이 국내 음원 차트에서 역주행 하는 등 퀸 열풍이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급부상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만난 메이와 로저는 "한국에서 영화가 성공적이었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었지만 어제 공항에서 깜짝 놀랄 정도로 실감했다"고 했다.
 
"젊은 관중들이 마치 공항이 공연장인 것처럼 소리를 지르시더군요. 그 연령대의 환호를 들은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브라이언 메이)
 
브라이언 메이. 사진/현대카드
 
퀸은 앞서 결성 43년만인 2014년 페스티벌 '슈퍼소닉' 일환으로 처음 내한 공연을 펼쳤다. 당시도 램버트의 보컬과 프레디의 생전 영상이 교차되며 추모 공연 같은 느낌으로 펼쳐졌다. 이번 공연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A Night At the Opera' 콘셉트로 무대를 꾸미고 퀸의 대표곡들을 연주할 예정이다. 
 
"프레디와 아담의 개성은 다르지만 협력해가며 음악하는 건 큰 차이가 없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사운드 체크를 많이하고요. 음악적으로 어떻게 하면 새로울까 고민합니다."(브라이언 메이)
 
"프레디는 여전히 제게 범접할 수 없는 우상입니다. 처음 함께 한다고 했을 때 부담감이 상당했지만 존경하는 두 분께서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음악 자체 해석을 달리하는 부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아담 램버트)
 
"프레디와 함께 한 건 일흔 생의 큰 행운이었습니다. 아담과 함께 한 10년도 마찬가지로 행운이었어요."(로저 테일러)
 
보헤미안 랩소디 마지막 장면은 '라이브 에이드'가 펼쳐지는 웸블리 스타디움을 비춘다. 약 7만2000명이 넘실대는 그 곳에서 이들은 록, 팝의 역사에 획을 그었다. 웸블리 스티디움은 이들 이후로 전 세계 뮤지션들이 서는 '꿈의 무대'로 불린다. 지난해 방탄소년단(BTS)은 한국 가수 최초로 이 무대에 섰다.
 
"K팝의 인기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색다른 감성, 색다른 아티스트가 큰 영향력으로 활동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고 앞으로 더 탄탄대로가 될 것이라 봅니다."(브라이언 메이)
 
"케이팝이 세계를 지배했다는 것에 대해 축하 인사를 보내고 싶어요.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유행하는 트렌드라 보고 싶은데, 팝적 요소는 우리 세대와는 차이가 많은 장르라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로저 테일러)
 
로저 테일러. 사진/현대카드
 
"지금은 로큰롤이 죽었다 싶을 정도의 극단적 말이 나오지만, 로큰롤은 그럼에도 죽지 않았습니다. 관중과 변화된 모습으로 차츰 변화돼 온 것이죠. 앞으로 케이팝 역시 그런 변동의 상황이 오지 않을까요? 궁금합니다."(브라이언 메이)
 
천체 물리학자이기도 한 브라이언은 과거 프레디 머큐리의 행성 이름을 지어준 적이 있다. 최근 동물 행동학적 연구를 주로 하는 그는 "동물과 인간 간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것은 창조적인 일이며 그것은 음악을 만드는 데도 도움을 준다"고 했다.
 
80년대 퀸의 베이시스트 존 디콘과 함께 서울을 처음 방문했던 로저는 "현대적으로 굉장히 빠르게 변하는 서울의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판타스틱', '인크레더블' 같은 형용사에 강조점을 뒀다.
 
이날 40분 여 진행된 기자간담회에 앞서 이들은 한국적인 상징을 배웠다며 손 하트를 치켜들었다. "5년 반 전 한국 팬들의 환대, 당시 처음 접한 신문물 셀카봉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더 젊고 멋있어진 한국 팬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브라이언 메이)
 
브라이언 메이(왼쪽부터), 아담 램버튼, 로저 테일러. 사진/현대카드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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