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급한 불’ 끄러 왔지만…활로 막힌 쌍용차

마힌드라 사장, 정부에 지원 요청…신차 부재로 어려움 가중

입력 : 2020-01-19 오전 6:35:18
[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쌍용자동차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의 파완 고엔카 사장이 최근 한국 정부, KDB산업은행 관계자 등을 만나면서 경영정상화를 위한 지원을 요청했다. 예정에 없던 방한을 할 정도로 쌍용차가 어려움에 처한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신차 계획이 없는데다가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전동화 분야 전략도 경쟁 업체들에 비해 뒤쳐지면서 활로를 찾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고엔카 사장은 지난 16일 쌍용차 평택공장을 찾아 직원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고엔카 사장은 “노사가 두 차례에 걸쳐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안을 마련했는데, 대주주로서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산업은행을 방문해 이동걸 회장과 면담했고 다음날에는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등과 회동했다. 
 
면담 내용에 대해서는 쌍용차, 산은 등이 말을 아끼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고엔카 사장이 이 회장에게 만기 연장과 추가 대출을 요청한 것으로 보고 있다. 쌍용차가 산은에서 대출받은 금액은 1900억원이며, 이 중 900억원은 오는 7월까지 상환해야 한다. 또한 문 위원장, 이 부위원장에게는 쌍용차의 일자리 안정을 위해 대주주가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이 이동걸 산은 회장과 회동한 후 차량에 탑승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고엔카 사장은 당초 이사회가 개최되는 이달 말 방한할 예정이었지만 쌍용차의 경영난이 지속되자 2주가량 일정을 앞당겼다. 쌍용차는 지난 2016년 4분기 8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후 11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손실 규모는 1821억원으로 전년 동기(607억원)보다 3배 증가했다. 분기별로는 1분기 278억원, 2분기 491억원, 3분기 1052억원을 기록하면서 큰 폭으로 불어났다. 
 
위기가 심화되자 노사는 지난해 9월 △근속 25년 이상 사무직 대상으로 안식년제 시행 △명절 선물 지급 중단 △의료비 및 학자금 지원 축소 등 22개 복지 항목에 대한 중단 또는 축소에 합의했다. 12월에는 △상여금 200% 반납 △PI 성과급 및 생산격려금 반납 방안도 마련했다. 
 
하지만 올해에도 쌍용차의 전망은 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 업체들이 SUV 모델들을 선보이고 있는 반면, 쌍용차는 신차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지엠이 지난 16일 출시한 준중형 SUV ‘트레일블레이저’는 가성비가 좋다는 평가 속에 판매 돌풍이 기대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도 내달 ‘XM3’ 공개를 앞두고 있으며, 제네시스는 이달 15일 브랜드 첫 SUV인 ‘GV80’를 내세웠다. 경쟁사들이 소형부터 대형 SUV 라인업을 내놓으면서 SUV를 주력으로 하는 쌍용차가 타격을 받고 있다.
 
쌍용차의 대표 모델 티볼리의 판매 감소도 경영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진/쌍용차
 
지난해에도 대표 모델인 소형 SUV ‘티볼리’는 지난해 3만5428대가 판매돼 전년(4만3897대)보가 19.3%나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월별 3000~4000대 수준을 기록했지만 현대자동차 ‘베뉴’, 기아자동차 ‘셀토스’ 출시 이후 2000대 수준으로 하락한 바 있다. 게다가 쌍용차의 첫 전기차는 빨라야 내년 1월에 출시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차 개발에는 최소 3000억원의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쌍용차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개발비용 확보를 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신차가 나오지 않는 악순환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내수가 어려우면 수출 확대를 모색해야 하는데 유럽 시장은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쌍용차가 강한 디젤 모델의 판매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마힌드라가 정부에 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에 대해 2년전 제너럴모터스(GM)의 사례가 연상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GM은 지난 2018년 2월, 설 연휴 직전 한국지엠 군산공장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법정관리 신청을 할 수도 있다는 등 ‘벼랑 끝 전술’을 통해 정부의 8100억원 지원을 이끌어냈다.
 
업계 관계자는 “마힌드라도 설 연휴가 임박한 시점에 지원을 요청했고 올해도 4월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는 점이 비슷하다”면서 “마힌드라는 산은의 지원을 전제로 23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는데, 선거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은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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