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환경 오염에 대한 우려로 폐기물 처리 사업을 허가하지 않은 지방자치단체의 처분은 정당하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S사가 강원 화천군수를 상대로 낸 폐기물 처리 종합 재활용업 사업계획서 부적합 통보 처분 취소 소송에 관한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환경기준의 유지가 곤란하게 되는 등 사람의 건강이나 주변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우려'를 처분 사유로 하는 이 사건 처분에 비례의 원칙 위반 등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환경이 오염되면 원상회복이 거의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사후적 규제만으로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환경이 심각하게 오염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미리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원심으로서는 단순히 피고가 비산먼지, 수질오염, 인근 집단 거주지역 주거환경에의 악영향 우려를 인정할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피고의 판단에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이 있다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원고가 피고의 판단의 위법성과 관련한 주장과 자료를 추가로 제출하게 해 이를 심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앞서 S사는 지난 2017년 2월 화천군 간동면 간척리 일부 토지를 사업예정지로 폐기물관리법 조항에 따라 화천군에 폐기물 처리 종합 재활용업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화천군은 그해 3월 이 사업계획서가 '도시·군 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에 저촉된다는 이유로 부적합 통보를 내렸다. 이에 S사가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사업예정지 풍향을 고려할 때 간척리 마을과 산골휴게소에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화천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업예정지와 간척리 마을 사이의 이격거리가 직선으로 300m에 달하고, 그 사이에 임야가 있는 것이 확인된다"며 "피고가 제출한 위성사진만으로는 국도휴게소인 산골휴게소가 현재 영업을 하는지 여부, 1일 휴게소 이용 인원 등을 전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사업예정지의 풍향 자료만으로 사업시설에서 발생하는 날림먼지 등이 구체적으로 주거지역과 휴게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전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는 사업 오·폐수로 주변 식수원이 오염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위성사진에 의하면 사업예정지와 식수원의 거리가 있기 때문에 단순히 사업시설의 존재만으로 식수원의 오염이 우려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구체적으로 해당 식수원의 존재 여부, 식수원의 규모, 해당 식수원을 이용하는 가구 수 등도 전혀 밝혀진 바 없다"고 밝혔다.
2심도 "이 사건 처분은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이유의 제시 없이 이뤄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과 그 주장을 모두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사업계획서의 내용이 폐기물의 수집·운반·처리에 관한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책임행정의 이행 등 공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