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 혐의로 기소된 전인장 회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전 회장의 부인 김정수 사장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원심은 피고인 전인장에 대한 공소사실 중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 부분과 피고인 김정수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며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횡령죄에서 피해자의 특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전 회장 등은 지난 2008년 8월부터 2017년 9월까지 계열사 내츄럴삼양과 프루웰이 삼양식품에 라면 스프 원재료와 라면 포장 박스 등을 납품한 것을 페이퍼컴퍼니 2곳에 납품한 것처럼 꾸며 납품대금을 지급받는 방식으로 약 49억원을 유용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전 회장은 2014년 10월부터 2016년 7월까지 프루웰이 삼양식품의 외식 계열사 호면당에 약 29억원을 대여금 명목으로 지급하게 하는 등 배임 혐의도 받았다.
1심은 전 회장의 횡령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김 사장에 대해서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무려 10년가량 피해자 내츄럴삼양, 프루웰의 지출결의서, 품의서, 세금계산서 등 관련 서류를 허위로 작성하는 등의 방법으로 회사자금 합계 약 49억원을 횡령해 피고인 김정수의 급여 명목, 피고인들 소유 주택의 인테리어 수리 비용, 고급승용차의 리스료와 보험료, 신용카드 대금 등 지극히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며 "죄질이 불량하고 사회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회삿돈 49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정수(왼쪽 두번째) 삼양식품 사장이 지난해 1월25일 오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린 선고기일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면서 "피고인들이 이 사건 횡령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사후에 횡령한 돈 전액을 변제했다"면서 "김정수는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피고인들은 부부로서 피고인 김정수는 피고인 전인장이 삼양식품의 회장으로서 이 사건 범행을 주도하면서 의사결정을 한 것에 대해 따른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들을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해 피고인 김정수에 대해서는 실형을 선고하지는 않기로 한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전 회장의 배임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 전인장이 프루웰의 대표이사의 임무에 위반해 호면당에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프루웰에 동액 상당의 손해를 가한다는 배임의 범의를 가지고 자금을 대여하게 했다고 보기는 부족하다"며 "오히려 피고인 전인장이 그룹의 계열사인 프루웰이 그룹의 계열사이자 완전자회사인 호면당에 대해 돈을 대여하게 한 행위는 그룹 차원에서의 공동이익을 위한 것으로서 합리적인 경영 판단의 범위 내에서 행해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이들은 페이퍼컴퍼니 2곳이 실체가 있는 법인으로 1심이 법리를 오해했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2심은 "페이퍼컴퍼니 2곳은 실질적으로는 내츄럴삼양, 프루웰에 속한 하나의 사업부서에 불과해 별다른 실체 없이 내츄럴삼양과 프루웰이 영위하던 사업을 그대로 수행했을 뿐이라고 보기에 충분하므로 이 사건 횡령 범행의 피해자는 내츄럴삼양과 프루웰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와 같은 취지로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