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지방의 분양 경기가 뜨거운 가운데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전국의 전체 미분양 물량은 감소하고 있지만 다 짓고도 팔리지 않아 악성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수도권 중심의 부동산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로 지방의 신규 분양 단지는 과열 양상을 띠고 있지만 수요자가 기피하는 단지는 철저히 외면 받는 것이다.
29일 통계청 및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1만9587가구다. 이는 2014년 7월(2만312가구) 이후 5년4개월만에 최대치를 찍은 것이다. 특히 지난해 6월 1만8693가구에서 9월 1만9354가구, 10월 1만9439가구, 11월 1만9587가구로 증가폭이 가파른 게 최근 추세다.
준공 전 미분양을 포함한 전체 미분양 가구가 지난해 6월부터 꾸준히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6월 6만3705가구에서 매달 감소해 11월 5만3561가구까지 떨어졌다. 지방의 분양 시장 열기가 오르면서 신규 분양 단지는 소진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지방의 분양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중에 악성 미분양 증가를 주도하는 지역에서 눈에 띄는 곳은 부산이다. 부산의 악성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6월 678가구에서 7월 659가구로 소폭 떨어졌다가 8월부터 다시 691가구로 늘어나 9월 697가구, 10월 753가구, 11월 842가구를 기록했다.
부산의 이 같은 모습은 최근 이 지역의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점에서 의외라는 평가다. 부산에서 악성 미분양 물량이 늘어난 기간에 전체 미분양은 급감했다. 6월 4982가구에서 매달 줄어 11월 2884가구까지 감소했다. 부산은 신규 분양 단지의 청약 경쟁도 뜨거운 편이다. 지난해 11월 분양한 ‘서면 롯데캐슬 엘루체’는 284가구 모집에 1만2161명이 몰려 42.82대 1을 찍었고, 12월에도 ‘더샵 온천헤리티지’가 26.61대 1을 기록했다. 조정대상지역 해제와 수도권 중심의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 전년 대비 분양 물량 감소 등이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준공 전·후 미분양 물량이 대조적 양상을 띠는 건 부산만이 아니다. 대전과 경남도 전체 미분양 물량은 줄었지만 악성 미분양은 증가했다. 대전은 전체 미분양이 지난해 6월 1158가구에서 11월 879가구로 줄었으나 악성 미분양은 199가구에서 608가구로 늘었다.
부동산 경기가 장기간 침체된 경남도 조선업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일부 투자 수요가 유입되면서 시장이 활력을 찾고 있다. 전체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6월 1만4402가구에서 11월 1만3060가구로 감소했다. 반면 악성 미분양은 3208가구에서 4186가구로 매달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을 지역 내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지방의 분양 경기가 활성화되면서 자산가치가 양호하다고 판단되는 일부 단지로 수요가 유입돼 전체 미분양 물량은 감소하고 있지만, 분양 부진이 심했던 단지는 준공 후에도 훈풍을 타지 못하고 수요자가 기피한다는 설명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김성환 부연구위원은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는 지역 내에서도 자산가치가 보장되는 곳과 그렇지 않은 단지로 수요가 나뉘고 있다”라며 “악성 미분양 아파트는 주거가치가 낮다는 판단에 양극화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악성 미분양은 선택 받지 못한 곳이라는 인식에 수요자 선호가 낮은 편”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악성 미분양을 털기 어려운 일부 건설사는 재무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분양대금을 받지 못하면서 공사비 회수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부분 아파트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는 비교적 영세한 건설사들일 가능성이 높아 재무부담에 따른 도산 위험성도 커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지역의 중견·중소 건설사는 재무 상태 등 자금력이 대형사에 비해 탄탄하지 못하다”라며 “준공 후 미분양이 경영 부담에 큰 영향을 준다”라고 전했다. 한편, 분양가 규제 등 저렴한 매물에 청약 광풍이 일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입지가 나쁜 곳은 악성 미분양까지 소외될 수 있는 만큼 청약 수요자의 주의도 요구된다.
국내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빨간 불이 켜진 신호등 뒤로 아파트 건설 현장이 위치해 있다. 사진/뉴시스
한산한 견본주택 모습.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