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나체의 여인 조각상 앞에서 하반신을 드러낸 행위는 공연음란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공연음란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에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 2017년 10월9일 오후 8시26분쯤 경기 고양시 덕양구 관산동에 있는 필리핀 참전비 앞길에서 손으로 바지와 속옷을 내려 하반신이 보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참전비에는 알몸 또는 신체 일부를 노출한 여인들의 모습을 부조한 조각상이 있고, 이씨는 그 앞에 서 있거나 주위를 서성거렸던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이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40시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 취업 제한 2년을 명령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의 공소사실 기재 행위는 일반인의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음란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피고인은 그와 같은 행위가 타인의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는 음란한 행위란 것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피고인의 행위는 일반인의 눈에는 보기 싫고, 제지해야 할 행동으로 보이는 정도이지 일반인의 성욕을 자극해 성적 흥분을 유발함으로써 정상인의 성적 부끄러움을 가하는 정도라고는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2심의 판단을 다시 뒤집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를 사회 평균인의 입장에서 전체적인 내용을 관찰해 건전한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이고 규범적으로 평가해 보면 이는 단순히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주는 정도가 아니라 일반인의 성욕을 자극해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그때 그곳을 통행하던 다른 여성 4인과 아이들을 포함한 다수의 통행인은 피고인이 하반신을 드러내놓은 채 나신의 여인 조각상이 있는 참전비를 바라보거나 그 주위를 서성거리는 등의 모습을 충분히 볼 수 있었다"며 "피고인이 여인 조각상을 배경으로 그와 같이 하반신을 적나라하게 지속해서 노출한 행위는 충분히 선정적이고, 일반인의 성적 상상 내지 수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