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한진가 3남매의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아들의 편에 서겠다고 선언했다. 막내 조현민 한진칼 전무도 오빠를 지지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조 회장은 현재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경영권을 두고 갈등 중이다.
이 고문과 조 전무는 4일 공식 입장을 내고 "한진그룹 대주주로 선대 회장(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유훈을 받들어 그룹의 안정과 발전을 염원한다"며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현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현 경영진이 최선을 다해 경영 성과를 개선하고 전문경영 체제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개선 노력을 기울여 국민과 주주, 고객과 임직원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는 한진그룹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외부 세력인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과 연합한 조 전 부사장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다시 가족의 일원으로 한진그룹의 안정과 발전에 힘을 합칠 것을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조 회장은 현재 6.52%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는데 우호 세력인 재단 등 특수관계인(4.15%)과 델타항공(10%) 지분율을 합해 20.67%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됐다. 여기에 이 고문 지분율 5.31%와 조 전무 6.47%까지 힘을 보태면 모두 32.45%를 확보할 수 있다.
한진가가 경영권 분쟁 중인 가운데 이명희 고문(왼쪽)과 조현민 전무(오른쪽)가 조원태 회장을 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진/뉴시스
조 전 부사장 연합군의 경우 지분율을 합치면 32.06%다. 이로써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보다 0.39%p 앞서게 됐다.
이 고문과 조 전무가 조 회장 지지를 선언한 이유는 외부 세력에 경영권을 빼앗기면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31일 조 전 부사장은 KCGI, 반도건설과 연합군을 결성했다며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와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3월 열릴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조 전 부사장이 승기를 잡으면 조 전 부사장, 조 전 회장을 비롯해 한진 총수 일가는 경영에서 배제되는 셈이다.
지난 크리스마스 이 고문은 조 회장과 이른바 '꽃병 사건'을 겪으며 갈등이 격화했음을 시사했다. 딸 조 전 부사장과 사이도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 조 회장이 이 고문 지분율은 확보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이 외부 세력의 손을 잡으며 마음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조 전무는 그동안 누구 편에 설지 좀처럼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오빠, 언니 모두와 나쁘지 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고문처럼 오너 일가가 경영에서 물러나면 안된다는 판단에 조 회장에 힘을 싣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고문과 조 전무의 노선이 명확해지며 남매간 지분 전쟁 향방은 더욱 예측할 수 없게 됐다. 남은 대주주는 4.11%를 보유한 국민연금과 1%를 가진 카카오다. 소액주주 비중은 30.38%다. 한편 조 회장은 이번주 안에 주주친화정책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소액주주들의 표를 얼마나 얻을 수 있을지에도 시선이 쏠린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