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경영권 분쟁 중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어머니와 동생의 지분율을 확보하며 경쟁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살짝 앞서게 됐다.
현재 조원태 회장은 33.45%, 조현아 전 부사장은 32.06%를 확보한 가운데 주주총회 참석률을 고려할 때 38.5% 이상을 확보하는 쪽이 승기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5~6%를 추가로 더 확보하는 쪽이 이기는 게임인 셈이다.
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조원태 회장은 오는 3월 열릴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지분율 5.31%와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7%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두 사람이 조 회장을 지지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이 외에 재단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 4.15%와 우호 세력으로 분류하는 델타항공 10%와 카카오 1%까지 더하면 모두 33.45% 지분율을 확보하게 된다.
반면 조현아 전 부사장은 자신의 지분 6.49%에 최근 연합한 KCGI 17.29%, 반도건설 8.28%를 더하면 32.06%다. 두 사람의 지분율 차이는 1.39%p다.
그래픽/표영주 디자이너
통상 주주총회에 77~80%가 참석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절반인 38.5% 이상 지분율을 확보한 쪽이 이번 경영권 전쟁에서 승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조 회장은 5.05%가, 조 전 부사장은 6.44%가 더 필요하다. 결국 5~6% 안팎 지분율을 누가 차지하느냐의 싸움이다.
남은 것은 4.11%를 보유한 국민연금과 30.38%를 차지하는 소액주주다.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모두 국민연금을 끌어들이면서 소액주주도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남은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국민연금의 경우 외부 자문기관의 보고서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부 자문기관에서 조 회장의 연임을 반대할 만한 뚜렷한 명분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소액주주다. 소액주주 표심을 잡기 위해 조 회장은 현재 주주친화 정책을 준비 중이다. 한진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6~7일 열릴 이사회 후 윤곽이 드러난다.
조원태 회장(왼쪽)이 이명희 고문, 조현민 전무의 지지를 얻으며 오는 3월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현아 전 부사장보다 지분율이 소폭 앞서고 있다. 사진/한진그룹
한진그룹은 지난해 2월 발표한 '비전2023'을 통해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내세울 주주친화 정책도 이를 중심으로 배당 확대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부채비율 줄이기 방안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이 앞서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버리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구체적인 구조조정 방안이나, 매각가 5000억원 규모인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매각안 등이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조 전 부사장은 어머니와 동생이 조 회장을 지지할 것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전해졌다. 다른 가족과의 입장 차이를 알고 있었음에도 KCGI, 반도건설과 연합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명분상 조 회장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조 전 부사장도 소액주주 설득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부사장 법률대리인은 "당분간 주주친화 정책 등을 비롯해 밝힐 입장은 없다"며 "지난달 낸 공동 입장을 중심으로 주주제안을 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