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오는 4·15 총선에 대비해 검찰이 금품수수, 여론조작 등을 중점적으로 수사하기로 했다. 특히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가운데 공무원의 불법 개입도 집중적으로 단속할 방침이다.
대검찰청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대비 전국 지검장과 선거 담당 부장검사 회의를 열어 금품수수, 여론조작, 공무원과 단체 등의 불법적인 개입을 3대 중점 단속 대상으로 정했다고 10일 밝혔다.
검찰은 이날 3대 중점 단속 대상과 관련해 △전담 수사 체제 구성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와 공소유지 △공정한 사건 처리 △유관기관 간 긴밀한 협력 체제 구축 등 선거 사범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우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시행으로 참여 정당 수가 늘고고, 선거구 재조정, 당내 공천 경쟁 심화로 금품선거 유인이 증가할 것에 대비해 △후보 단일화 관련 매수·결탁 △선거구 재조정에 따른 사조직 동원 등 선거 브로커 활동 △정당의 후보자 추천 관련 금품 제공 등을 집중적으로 단속할 예정이다.
또 사이버 공간에서의 여론 조작에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해 국민의 선택이 왜곡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경선·본선 과정에서의 근거 없는 의혹 제기 △특정 후보에게 우호적인 표본을 대상으로 여론조사 △사이버 공간에서의 가짜뉴스, 여론조작 등도 단속한다.
이와 함께 공무원 등의 선거 개입과 동원, 불법 사조직, 유사 기관 설치와 동원 등의 행위는 적극적으로 실체를 규명한 후 엄단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공무원이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특정 후보의 당선을 위한 '외곽 단체'를 설립하는 행위 등이 집중적인 단속 대상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대비 전국 지검장 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검찰은 선거 사범 대응을 위해 청별 선거전담수사반을 구성하고, 공소시효 완료일인 오는 10월15일까지 비상 근무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고발 사건과 중점 단속 대상 사건 등은 원칙적으로 직접 수사하고, 계좌 추적, 디지털 포렌식, 지문 감식, 위치 추적 등 과학수사기법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공소 유지를 위해서는 수사 검사가 공판에 직접 관여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날 회의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이제 65일 정도가 남았다"며 "제가 취임사, 신년사 등에서 몇 차례 강조한 바와 같이 선거 범죄에 대한 엄정한 수사는 정치 영역에서 공정한 경쟁 질서를 확립하는 것으로 우리 헌법 체제의 핵심인 자유민주주의 본질을 지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검찰에게 정치적 중립은 생명과도 같은 것이라서 검사가 정치적으로 편향된 것은 부패한 것과 같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선거 사건 수사 착수, 진행, 처리 과정 전반에서 공정성이 의심받지 않도록 일체의 언행이나 처신에 유의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는 선거연령 하향,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변화된 선거제도 하에서 치러지고,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등 형사사법 절차 변화도 예정된 상황이기 때문에 과거 선거보다 예측하기 어려운 여러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럴 때일수록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우리나라 헌법 질서를 지키는 헌법 수호자란 점을 명심하시고, 선거 범죄에 엄정하고 단호하게 대처함으로써 선거에서 공정한 경쟁 질서를 확립하는 데 만전을 기해 주시길 부탁드리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일선 검사들이 법과 원칙에 따라 소신껏 수사할 수 있도록 저는 검찰총장으로서 물심양면으로 최선을 다해 전폭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회의는 윤 총장이 취임한 후 처음으로 열리는 전국 단위 검사장급 회의로, 전국 18개 지방검찰청 검사장과 선거 담당 부장검사 등 총 80여명이 참석했다. 애초 총선 전 90일 무렵인 지난달 중순에 예정됐지만, 인사 등 사정으로 연기돼 이날 개최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회의를 통해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사범 대응 방안을 논의해 철저한 선거 대비 체제를 갖추고, 검찰의 모든 역량을 모아 선거 범죄에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 수사와 관련해 지난달 29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한병도 전 정무수석비서관 등 1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이번 의혹에 연루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대해서는 총선 이후 수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대비 전국 지검장 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