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타이밍과 실력 모두 좋았다. 배원복 대림산업 대표이사는 취임하자마자 영업이익 1조클럽에 진입한 건설사 수장에 이름을 올렸다. 박상신 전 대표이사의 뒤를 이어 지난해 10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배 대표는 4분기에도 전년 대비 호실적을 기록했다.
창사 이래 첫 1조클럽 진입이란 타이틀은 기념비적이지만 올해도 이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수주잔고 감소에 따라 매출액이 뚜렷하게 줄어들면서 영업이익 규모가 작아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양질의 수주 확보가 올해 배 대표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연결기준 잠정 영업이익이 1조1094억원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직전년도 8454억원에서 31.2%가 뛰었다. 대림산업은 이번 실적으로 영업이익 1조클럽에 처음 진입했다. 지난해 1조클럽 건설사는 대림산업뿐이었다.
배 대표의 1조클럽 진입은 매출액 감소 속에서 거둔 성과였다. 지난해 대림산업의 매출액은 9조6895억원으로 2018년 10조9845억원에서 약 11.8% 줄었다. 매출액이 감소하면 영업이익 규모도 작아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대림산업은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려 이 같은 우려를 떨쳐냈다.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1.4%를 찍었다. 업계에서 보기 드문 두 자릿수 대다. 2018년 영업이익률 7.7%보다도 3.7%포인트 올랐다.
이 같은 성과는 원가율 개선의 영향이 컸다. 회사는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원가율을 낮추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사내 직원과 협력사를 대상으로 원가 절감 아이디어를 모집하고 수익이 높았던 현장에서 원인을 찾아 다른 사업장에 적용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에 회사의 원가율은 2017년 91.5%에서 2018년 88.5%, 지난해 83%로 꾸준히 떨어졌다.
다만 배 대표가 올해에도 1조클럽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수주잔고가 5년 동안 내리막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30조8018억원이던 수주잔고는 지난해 21조3063억원으로 적어졌다. 산업 불황 중에도 선별 수주 기조로 수익성은 높였지만 쌓아놓은 먹거리는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일감 축소는 매출액 규모와 직결된다. 배 대표로선 영업이익률을 유지 혹은 개선하면서 수주도 늘려야 할 필요성이 높은 셈이다. 대림산업은 일단 올해 수주 목표액은 지난해 목표치보다 6000억원 늘린 10조9000억원을 제시했다.
수주가 절실한 상황에서 배 대표가 주목하고 있는 국내 사업은 서울시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이다. 공사비만 약 1조9000억원에 달한다. 과열 경쟁 논란이 불거져 정부 감시가 심하다 보니 업계에선 이곳의 수주전이 브랜드와 유사 실적 싸움이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전망대로라면 한강변에 ‘아크로’ 브랜드를 다수 세운 대림산업이 한 발 앞설 수 있다.
이밖에 오만이나 필리핀, 미국 등 해외에서도 관심있게 지켜보는 사업이 다수 있다. 지난해 대림산업의 해외계약 금액은 1억8325만달러(약 2200억원)에 그쳤는데 올해는 해외에서 양질의 수주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배원복 대림산업 대표이사. 사진/대림산업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대림산업 본사. 이미지/대림산업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