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장 아들 채용 특혜 논란 등 '겹악재'에 휩싸이며 새 주인 HDC현대산업개발의 고민이 깊어졌다.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승리 때문에 과도한 비용을 치르게 되는 '승자의 저주'가 시작됐다는 반응도 나온다. HDC현산은 오는 4월 국내·외 기업결합신고 절차를 거쳐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1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터지며 아시아나항공은 중국 노선 79%, 동남아는 25%가량 공급좌석을 줄였다. 지난해 영업손실과 순손실 폭도 전년보다 확대됐는데 연초부터 코로나19로 실적이 더욱 악화될 위기인 것이다.
이 가운데 지난해 4분기 기준 부채비율과 자본잠식률도 각각 1407%, 20.41%로 전분기보다 확대됐다. 국토교통부는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인 상태가 1년 이상 지속한 항공사에 재무구조 개선을 명할 수 있는데, 이후 2년 동안 자본잠식이 지속하면 최악의 경우 항공면허를 정지하거나 취소할 수 있다.
오는 4월 HDC현산이 인수를 마무리한 뒤 자금을 수혈하면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항공업계가 공급과잉에 시달리는 만큼 큰 폭의 수익성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발생했던 일본 불매운동이나 홍콩 시위 같은 변수가 터지면 여객·화물 수요가 다시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코로나19로 실적 타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창수 사장 채용 특혜 논란까지 터지며 악재를 추가했다. 사진/아시아나항공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서며 면세점 사업 등과의 시너지를 기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실적 타격을 입으며 시너지보다는 경영 정상화를 위해 투입할 막대한 자금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악재가 쌓이자 주요 금융회사들도 투자를 꺼리면서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한 차입금 조달 협상도 순탄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중국 정부의 HDC현산 기업결합심사 승인이 늦어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항공사의 경우 취항 중인 해외 국가들에도 기업결합심사를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정몽규 HDC현산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임원진과 면담을 진행하다 지난해 실적이 발표된 후 돌연 중단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는 아시아나항공의 미래를 구상한다는 취지의 개별 면담이었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 사진/뉴시스
HDC현산은 다른 일정이 생겨 중단하게 됐다는 설명이지만 업계에서는 지난해 실적 쇼크를 지켜본 정 회장이 회사의 진로를 수정하기 위해 면담을 중단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가운데 최근에는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이 두 아들을 특혜를 주고 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인수를 앞둔 기업의 채용 절차에 대해서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최근 비상 경영에 돌입하고 임원진이 자진해서 급여를 반납한 것도 HDC현산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행보라는 말이 나온다"며 "그럼에도 인수 확정 직후 항공산업 불확실성을 지켜본 정몽규 회장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