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KCGI가 다음달 주총을 앞두고 전자투표제 도입을 촉구했다. 아울러 델타항공의 최근 지분율 추가 취득에 대해서는 "대주주 1인의 이사직 연임을 위한 지분 확보"라고 비판했다. 델타항공은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JV)를 맺은 항공사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우군으로 분류된다.
KCGI는 25일 입장문을 배포하고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주들을 주주총회장에 직접 출석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주주들의 권리뿐만 아니라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처사"라며 "한진그룹은 조속히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 전자투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제안한 공개토론에 조 회장과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가 답변하지 않은 것에도 유감을 표했다. 아울러 지난 20일 KCGI 기자회견 내용에 한진그룹이 반박하는 자료를 낸 것에 대해서는 비난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KCGI는 "조원태 한진칼 대표이사를 위시한 한진그룹 현 경영진의 '불통' 경영에 유감을 표한다"며 "이들이 한진그룹의 위기를 초래한 점에 대해 진지하게 반성하고 그 극복을 위해 주주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소통할 것으로 촉구한다"고 말했다.
델타항공이 최근 지분율을 1% 늘린 것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드러냈다. 대한항공과의 조인트벤처에 대한 시너지를 높이기 위함이 아닌 대주주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한 지분 취득은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는 조인트벤처 수익 협상에서 대한항공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KCGI는 "한진그룹의 경영진과 델타항공은 한진칼의 지분 취득과 관련해 법령을 철저하게 준수하고, 위법사항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CGI가 다음달 주총을 앞두고 한진그룹에 전자투표제 도입을 촉구했다. 그래픽/표영주 디자이너
다음은 KCGI 입장문 전문
전자투표 도입, 델타항공 지분 취득 등과 관련한 KCGI의 입장
1. KCGI는 지난 5일 한진칼 및 한진의 이사회를 상대로 전자투표의 도입을 재차 요구하였으나, 한진그룹 측은 이에 대한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주요 상장회사들은 금년도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전자투표 행사율을 높이고 주주권리를 강화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주들로 하여금 주주권 행사를 위해 주주총회장에 직접 출석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주주들의 권리뿐만 아니라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처사입니다. 한진그룹은 조속히 금년도 정기주주총회에서 전자투표 제도를 도입하여야 할 것입니다.
2. 또한 KCGI는 지난 17일 주주연합의 주주제안 등에 대한 한진칼의 수용 여부를 확인하고, 한진그룹이 당면한 경영위기에 대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진칼의 조원태, 석태수 대표이사와의 공개토론을 제안하였습니다. 하지만 한진그룹 경영진은 답변시한인 지난 20일까지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이하 “주주연합”)은 지난 20일 한진그룹의 과도한 부채비율 문제 등에 대한 대응방안을 공유하고자 기자간담회를 개최하였습니다. 그러나 한진그룹의 경영진은 당면한 현안문제에 관한 구체적 의견 제시 없이, 알맹이 없는 일방적인 입장자료의 배포를 통해 주주연합 측에 대한 비난에 급급하였습니다.
3. KCGI는 조원태 한진칼 대표이사를 위시한 한진그룹 현 경영진의 ‘불통’ 경영에 유감을 표하고, 이들이 한진그룹의 위기를 초래한 점에 관하여 진지하게 반성하고 그 극복을 위하여 주주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소통할 것을 촉구합니다.
4. KCGI는 2019년 이미 ‘한진그룹의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발표하여 한진그룹의 장기적 발전방향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러나 한진그룹 현 경영진은 지난 2년간 이를 애써 무시하고, KCGI를 ‘외부세력’으로 취급하며 방만한 경영을 지속하였습니다. 특히 조원태 대표이사의 취임 이후 한진칼의 재무구조, ESG 평가, 기업지배구조 등급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861.9%(2019년 3분기 말 별도 기준, 연결 기준으로 영구채 포함 시 1,618%까지 상승)에 달하여 KOSPI200 기업 중 1위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고, 글로벌 경쟁사들에 비교하더라도 부채비율이 2~3배 이상에 달하는 심각한 경영상의 위기상황을 맞닥트리게 되었습니다. 2014년 이후 한진칼 누적적자는 3,467억 원, 대한항공 누적적자는 무려 1조 7,414억 원에 달합니다.
5. 이처럼 회사의 ‘경영실패’를 초래한 한진칼의 경영진이 현 상황에 대한 반성을 하기는 커녕 조원태 대표이사의 이사직을 지키기 위해 델타항공이 한진칼의 지분을 취득하도록 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델타항공의 투자가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JV에 따른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 델타항공의 투자는 재무구조의 개선이 시급한 대한항공을 상대로 이루어졌어야 합니다. 그러나 델타항공의 투자는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지주회사인 한진칼을 상대로 이루어져, 델타항공의 지분 취득의 진정한 의도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6. 만약 언론보도의 내용처럼 대주주 1인의 이사직 연임을 위한 외국 항공사의 백기사 지분 확보를 위해 JV 수익 협상 과정에서 대한항공이 불리한 위치에 처해진다면 이는 한진그룹 경영진의 중대한 배임행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한진그룹의 경영진과 델타항공은 한진칼의 지분취득과 관련하여 법령을 철저하게 준수하여 위법사항이 없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