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항공업계가 연이어 터진 악재로 인건비 절감에 나서며 채용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항공사의 경우 신규 항공기 도입에 따라 매년 채용 규모를 결정하는데 올해 국적항공사들의 신기재 도입 대수는 현재까지 '제로(0)'에 가깝다.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적사 8곳 중 올해 채용 계획을 세운 곳은 아직 없다. 지난해에는 2월쯤 연간 채용 규모 등을 밝혔는데 이어지는 악재에 코로나19까지 터지며 사실상 채용 문을 굳게 닫았다. 국적사 8곳의 작년 채용 규모는 약 3700여명이었다.
항공사는 통상 신규 항공기 도입 대수에 따라 채용 규모도 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 따르면 기종에 따라 다르지만 항공기 1대를 더 들여오면 적게는 40명에서 많게는 70명의 인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항공기 청소 등의 업무를 하는 조업사 인원까지 더하면 필요 인력은 약 100여명까지 늘어난다.
국적사 중 규모가 가장 큰 대한항공은 올해 중·대형 4대, 소형 6대까지 모두 10대의 신규 항공기를 도입한다. 하지만 다른 항공사 등으로 보내는 송출기가 17대라 회사가 직접 운영하는 전체 항공기 수는 줄어들 전망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신입 대졸 공개채용은 하반기에 하고, 승무원은 상시 충원하는데 이 인원은 미정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해 약 700여명의 인력을 새로 뽑았는데 올해에는 채용 인원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아시아나항공은 A350 3대, A321NEO 4대까지 모두 7대를 새로 들여올 계획인데 반납하는 기재도 7대라 전체 항공기 대수는 전년과 같기 때문이다. 다만 어떤 기종을 반납하느냐에 따라 필요한 인원이 소폭 줄어들거나,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LCC 1위 제주항공은 지난해에 대형항공사(FSC) 아시아나항공과 비슷한 700여명의 인원을 충원했는데 올해는 채용 계획을 아직 세우지 않았다. 신기재 도입 계획도 아직 없어 채용도 일단 미룬다는 방침이다.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서울도 들여올 새 항공기가 없어 채용을 이야기할만한 상황이 아니다. 에어부산은 올해 4대의 신기재를 들여오고 3대를 반납하면서 전년보다 전체 항공기 대수는 1대 더 늘어난다. 이에 따라 250여명의 인원을 충원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이 계획을 재검토한다. 만약 항공사들이 올해 리스 계약 기간이 끝난 항공기 반납 후 새 항공기를 들여오지 않으면 전체 운영 대수는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항공사들이 채용 문을 걸어 잠그며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취업준비생들이다. 특히 항공사는 기장, 정비사 등 전문직이 많은데 이들의 경우 다른 직종으로 전환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실제 항공사 취준생들이 모인 포털사이트 카페에는 우려의 글도 많아지고 있다. 한 승무원 취준생은 "올해 채용하는 항공사가 없을 것 같아 걱정"이라며 "지금이라도 다른 직종으로의 전환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