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화두는 '탈 탄소'…유럽선사들, '대체연료' 강력 추진

50억달러 규모 R&D 기금 조성·비정부 독립기관 'IMRB' 설립 안 지지 표명
알코올·바이오메탄·암모니아·수소 등 청정연료 추진선 논의 '박차'

입력 : 2020-03-02 오전 5:53:20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국제해사기구(IMO)가 2030년 탄소배출 규제를 준비하는 가운데, 선주들이 선제적으로 제안한 ‘배출저감 연구개발 기금 조성 및 운영기구 설립’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세계 1~5위에 드는 유럽 4대 선사들이 강력한 지지를 표명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아울러 글로벌 해운시장 주도력을 가진 이들 선사가 자체적으로도 화석연료를 대체한 청정연료 사용에 불을 붙이는 만큼 해운·조선에서 대체연료 추진선이 각광받을 전망이다.  
 
사진/영국 해운 전문지 로이드리스트 온라인 보도 갈무리
 
영국 해운 전문지 로이드리스트(Loyd's List) 등 외신에 따르면 덴마크 머스크, 스위스 MSC, 프랑스 CMA CGM, 독일 하팍로이드는 지난 17~2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해운주간(European Shipping Week)’ 행사에서 ‘국제해양연구개발위원회(IMRB· International Maritime Research and Development Board)’ 설립 안에 강력한 지지를 표명하고 이를 추진하는 데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IMRB는 선박 탄소 배출저감을 위한 비정부 연구개발(R&D) 기구로, 국제해운회의소(ICS)·국제크루즈선사협회(CLIA)·발트해국제해운협회(BIMCO)·국제건화물선주협회(INTERCARGO)·국제유조선주협회(INTERTANKCO)·국제여객선주협회(INTERFERRY)·세계선사협의회(WSC)·국제선박협회(IPTA) 등 주요 해운 기관들이 작년 말 설립 안을 제안했다, 선박 운영 시 연료 소비량 기준 톤당 2달러의 벙커세를 부과해 10년간 총 50억달러(약 6조원)의 기금을 조성,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모델이다. 오는 3월 국제연합(UN) IMO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회의에서 의제로 채택되면 세부 논의와 마폴(MARPOL) 협약 개정 등을 거쳐 2023년 시행하게 된다.  
 
IMO는 2030년부터 탄소배출 규제를 할 때 △기술적 조치 △운항적 조치 △시장기반 조치를 모두 적용해 전체 배출량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일반적으로 선주들에겐 운항 속도나 방법에 개입하는 운항조치나, 배출되는 탄소에 가격을 매겨 비용을 부과하는 시장기반 조치보다는, 선박 자체 연비개선을 통한 기술조치가 유리하다. 총량제이기 때문에 기술조치에서 저감을 많이 하면 나머지 조치가 좀 더 느슨해질 수도 있다. 즉, 선주들이 시장기반 조치 시행에 앞서 벙커세를 조금씩 모아 만든 R&D 기금으로 기술조치를 강화하는 게 IMRB 설립안의 골자다.  
 
국내 해운업계도 동의하는 입장이다. 한국 선주협회는 제안 주체 중 하나인 ICS의 회원인 데다, 기존 탄소배출저감 논의에서도 국내 해운업계는 ‘배출권거래제’ 방식보다는 ‘탄소세’ 방식을 선호해왔다. 다만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는 찬성하는 분위기지만 반대하는 나라도 있다”며 “아직은 의제 상정 단계일 뿐 아예 기각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친환경 선박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이 각광받고 있지만, 글로벌 선사들은 이를 넘어 암모니아와 바이오메탄, 수소 등의 청정에너지를 연료로 이용하는 탄소배출저감 논의를 진행 중이다. 사진은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 추진 원유운반선. 사진/삼성중공업
  
IMRB 설립 안 외에도 유럽 선사들은 유럽연합(EU) 탄소배출 저감 노력에 적극 동참하며 대체연료 논의를 진행해왔다. 2030년까지 ‘탄소중립선박’ 운영을 목표로 수십억달러를 투자해 연구해 온 머스크는 알코올, 바이오메탄, 암모니아를 집중 연구해 2023년에는 가장 적합한 ‘제로 배출’ 연료를 선택한다는 계획이다. 하팍은 앞서 올해 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당 탄소배출량을 2006년에 비해 20% 감축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CMA CGM은 수소와 태양광·풍력으로만 에너지를 내는 프랑스 재생에너지 선박 ‘에너지 옵저버’ 사와 자원·지식공유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들 선사들은 세계 해운시장 점유율의 절반가량을 차지해 영향력이 크다. 국내 해운업계도 이들이 대체연료 사용을 선도하고 효과가 입증되면 국내 정유사 등 에너지 업계와 협력해 흐름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조선업 역시 선주의 수요에 따라 배를 만들기 때문에 발주가 들어오면 청정연료 추진선을 건조하게 되고 관련 기술이 발전하게 되는 구조다. CMA CGM 관계자는 행사에서 “당사가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에 투자하면서 (프랑스 정유사인) 토탈이 LNG 벙커링에 관여하게 됐고 최근엔 우리 컨테이너선에 LNG를 공급하기로 했다”면서 “수소와 암모니아 같은 기술에도 같은 로직(logic)이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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