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컨테이너 시장…"'제2의 한진해운 사태' 올 수 있다"

세계 컨테이너선사 부채 120억달러 증가…선복 감소량 역대 최저

입력 : 2020-03-03 오전 6:03:03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국내 1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이 2016년 파산한 후 4년만에 또 다시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컨테이너선 시황이 바닥을 치면서 해운업계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컨설팅업체 앨릭스파트너스(AlixPartners)가 14개의 세계 주요 컨테이너선사 대상으로 '알트만 Z 스코어(Altman Z-score)'를 측정한 결과 1.16으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는 14개사를 모두 망라해 계측된 값이다. 
 
국내 1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이 2016년 파산한 후 4년만에 또 다시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 머스크 홈페이지 갈무리
 
알트만 Z 스코어는 기업의 재무 수치를 반영해 파산 가능성을 예측하는 지표다. 이 점수가 1.8 이하일 경우 2년내 부도 위험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지표는 최근 10년 중 최악이다. 지난 2010년 2.13을 기록했던 지표는 2013년 1.25, 2016년 1.24로 최저점을 찍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전년도와 동일한 1.35로 나타났으나 올해 크게 떨어진 것이다. 특히 올해는 한진해운 사태가 발생한 2016년보다 더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는 9년 연속 1.8 이하로 나타나고 있으며 지난해 9월 기준, 부채는 전년 대비 120억달러나 증가했다. 
 
컨테이너선 시황이 바닥을 치고 있는 탓이다. 해운업계는 올해 코로나19 영향으로 물동량이 많이 줄어든 상태다. 트레이드인즈에 따르면 1월 아시아 18개국에서 미국으로 운송된 컨테이너 화물량은 155만8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로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전주에 888를 기록하며 9주만에 900선이 붕괴됐다. 
 
이에 선복 감소량도 역대 최고 기록을 갱신했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현재 운항하지 않는 컨테이너선은 200만TEU에 달한다. 2009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기록한 152만TEU, 한진해운이 파산했던 2016년 159만TEU를 크게 넘어섰다. 
 
이렇다 보니 선사뿐만 아니라, 수출입업체, 포워더(운송주선인) 등이 막대한 피해를 입은 한진해운 사태가 또 다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앨릭스파트너스는 "2016년 한진해운 파산에 대한 기억이 여전히 선명하다"며 "이 지표는 지난 10년 중에 가장 낮은 수치로 매우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컨테이너선 시장이 당장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위기감은 어느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벌크운임지수는 이미 역대 최저점을 찍었고 컨테이너선과 유조선 시장도 손익분기점 이하의 운임을 기록하고 있다"며 "시황을 보면 차라리 운항을 안하는게 날 정도로 해운업계는 현재 위기의 순간에 있다"고 지적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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