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그룹 경영권을 두고 갈등 중인 한진가 남매가 '이사회 과반 차지하기' 전쟁에 돌입했다. 양쪽 모두 상대편이 내세운 사내·외이사 후보보다 자신들이 제시한 후보가 전문성이 뛰어나다고 주장하지만 막상 선택지는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전날 한진칼 이사진은 이사회를 열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포함한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5명을 후보로 추천했다. 이들은 오는 27일 열릴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 여부가 결정된다.
앞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KCGI-반도건설 주주연합도 사내이사 후보 3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 사외이사 4명까지 총 8명을 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사내이사 후보였던 김치훈 전 한국공항 상무가 사퇴하면서 남은 후보는 7명이다.
양측이 이처럼 이사 후보를 대거 추천한 것은 경영권 분쟁에서 지더라도 이사회 과반을 차지해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계산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진칼 정관에 따르면 이사 수 제한이 없어 이들이 추천한 후보들이 모두 선출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한진칼 이사 수는 모두 18명이 되는데, 이 중 조 회장 측 이사는 기존 이사를 포함해 11명, 조 전 부사장 주주연합 측은 신규 이사만 7명이 될 전망이다.
한진칼이 추천한 사내이사 후보는 재선임에 도전하는 조 회장과 하은용 대한항공 재무부문 부사장이다. 하 후보는 한진그룹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재무 전문가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대내외 영업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재무 안정성 도모에 기여할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경영권 분쟁 중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오른쪽). 사진/뉴시스
반면 조 전 부사장 주주연합은 SK텔레콤 출신 김신배 포스코 의장과 배경태 전 삼성전자 중국총괄 부사장을 추천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항공업에 대한 전문성이 없다는 지적도 한다. 이에 김신배 후보는 지난달 20일 연 기자간담회에서 "높은 산꼭대기를 올라가면 다른 산봉우리도 보인다"며 "경영의 본질은 같다"고 말했다.
사외이사는 양측 모두 금융·법률 전문가로 구성했다. 조 회장 측은 금융 전문가로 금융위원회 위원장, 재정경제부 차관 등을 역임한 김석동 후보를 전면에 배치하고, 박영석 한국자본시장연구원장, 임춘수 마이다스PE 대표를 추천했다. 법률 전문가로는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사법연수원 교수 등을 지낸 최윤희 후보와 이동명 법무법인 '처음' 대표변호사를 내세웠다.
조 전 부사장 주주연합 측은 금융 전문가로 한국관리회계학회장을 역임한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 여은정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교수를 추천했다. 아울러 부동산 전문가 이형석 수원대 교수도 후보에 포함했다. 법률 전문가 후보는 구본주 법무법인 '사람과 사람' 변호사다.
양측 모두 자신들이 내세운 후보의 전문성이 더 뛰어나다는 설명이지만 사외이사 후보 중 대부분이 금융·재무 전문가라 사실상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결국 밥그릇 싸움을 위한 그럴듯한 명분에 불과하다는 반응도 많다"며 "사내·외이사가 늘어나면 그만큼 비용도 커지기 때문에 신중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