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보수진영의 대단결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가 4·15 총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미래통합당 중심의 보수진영 결집에는 확실히 효과가 있겠지만 통합당을 향한 중도층 민심의 이탈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번 총선이 '정권심판론'과 '야권심판론' 구도로 전선이 명확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의 '보수통합' 메시지는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통합당에게는 상당한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선거에서 태극기 세력의 정치적 대표를 자임하는 자유공화당이나 친박신당 등으로 표가 분산되는 것을 억제하는데 크게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5일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거대 야당'이라는 구체적인 표현까지 한 것을 보면 이번 총선은 미래통합당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것으로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며 "보수진영이 하나로 뭉치는 데에는 긍정적인 요소가 크다"고 평가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7년 5월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을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가는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보수진영 내부에서 탄핵의 강을 어떻게 건널 것인가를 매끄럽게 정리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일각에선 '태극기부대'를 고정 지지층으로 둔 '강성 친박(친박근혜)'을 끌어 안는 것이 총선에서 보수진영 전체 득표에는 큰 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미래통합당은 옛날 자유한국당이 아니다. 지금 바른미래당과 새로운보수당 세력이 들어와 있는 상황에서 극우적인 탄핵 반대 세력을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그들을 받아들이면 재분열이 일어난다. 잘못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보수진영의 통합을 촉진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국정농단'과 '탄핵'의 기억을 소환해 중도층 표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박 전 대통령 메시지는 일방적으로 무너지고 있는 여당과 진보진영에게는 호재"라며 "선거라는 것은 중도층의 표가 어디로 가느냐가 굉장히 중요한데 박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미래통합당으로 가려는 중도층이 주춤거리게 됐다. 결론적으로 미래통합당에게는 악수"라고 밝혔다.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힘을 합하라'는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는 미래통합당을 다시 '박근혜 영향권'으로 묶어버려 '도로 친박당'이라는 프레임에 갇히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로 인해 최근 정권심판론 분위기가 야권심판론으로 전환될 수 있다. 2017년 대선에서 대통령 권력을,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의 권력을 바꾼 만큼 이번 총선에서는 의회 권력을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미래통합당의 정치적 과제는 친박 세력을 공천에서 탈락시키고 중도의 인물을 끌어들이면서 중도로 나가는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는 여기에 완전히 찬물을 끼얹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문재인정부에 실망해서 미래통합당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는데 박 전 대통령 지시가 떨어졌다. 이번 총선에서 야권심판론이 왜 필요한지 다시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대통령 권력은 죽었지만 의회 권력이 살아나려는 것에 대해 응징하는, 미래통합당 심판론에 대한 여론이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