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눈덩이처럼 불고 있는 코로나19 여파에 된서리를 맞고 있다. 업종을 가릴 것 없는 재앙으로 사태가 번지고 있지만, 주요 글로벌 행사와 학회를 앞뒀던 만큼 타격이 더욱 뼈아프게 다가오는 분위기다.
1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세게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을 선언했다. 팬데믹은 WHO가 선포하는 감염병의 최고 경고 등급으로 세계적으로 특정 감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를 일컫는다.
해당 여파는 반등을 준비 중이던 제약바이오 업계에 제동을 걸었다. 업계는 다음달 24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개최되는 미국암학회(AACR)을 비롯해 5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등 굵직한 학회를 앞두고 있었다. 매년 전 세계 수만명의 연구자와 의료기관 제약사들이 모여 최신 치료법 동향과 신약개발 경과, 임상결과 등이 공유되는 해당 행사는 각 사별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무대로 꼽힌다.
특히 국내 기업의 경우 기술이전에 무게를 둔 신약 개발 바이오벤처들이 대거 참여하는 만큼 또 한번의 대형 성과를 통한 업계 활력 불어넣기에 좋은 기회로 꼽힌다. 실제로 AACR의 경우 종근당과 같은 전통 대형제약사는 물론 제넥신과 엔지켐생명과학, 에비엘바이오, 유틸렉스 등이 주요 발표에 나서기로 예정되며 기대를 모았다. 이에 따라 해당 기업들의 기업 가치 역시 동반 상승하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발표를 앞뒀던 기업들의 파이프라인 가치 역시 기대를 모으기 충분했다. 제넥신의 경우 글로벌 대형 제약사인 미국 머크와 공동으로 개발 중인 자궁경부암 치료백신 'GC-188E'의 임상 2상 중간결과 발표가 예정돼 있었고,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ABL503', 'ABL111'의 전임상 결과를 비롯한 총 4건의 발표를 준비 중이었다. 종근당 역시 이중항체 후보물질의 전임상 데이터 발표로 바이오 신약의 글로벌 검증에 나선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그동안 상대적으로 피해가 미미했던 미국과 유럽 등으로 코로나19가 최근 빠르게 확산되면서 AACR 이사회가 지난 10일(현지시간) 행사를 연말로 연기했다. 이후 대기 중인 행사들의 연기 또는 취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던 상황에서 WHO의 팬데믹 선언으로 현실화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이전을 추진 중인 기업들의 경우 해외로 대표나 실무자가 직접 나가 수차례에 걸친 논의가 필요한데 최근 해외 출입국에 제한이 생기면서 진행이 원활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다"라며 "때문에 예정됐던 공식 학회들이 돌파구가 될 가능성이 컸는데 그마저 연기된 만큼 침체된 분위기 해소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WHO가 코로나19 사태를 팬데믹으로 선언하면서 제약바이오업계 기대를 모으던 글로벌 학회들이 줄줄이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진/픽사베이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