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세계 주요 산유국들이 원유 증산 계획을 밝히면서 원유를 운반하는 VLCC(초대형 원유운반선) 160척이 신규로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내 조선 3사는 VLCC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있어 수주 대박 기대감이 높아진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지난 6일(현지시간) 코로나 19 확산으로 원유 수요 감소를 대비해 추가 감산 협의에 나섰지만 러시아의 반대로 합의가 무산됐다. 그러자 사우디는 감산에 반대한 러시아에 대한 보복 조치로 산유량을 하루 200만배럴 가까이 증산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역시 사우디의 원유 증산에 맞대응했다. 알렉산드르 노바크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러시아 석유사는 단기적으로 하루 20~30만배럴을 증산할 수 있다"며 "더 길게는 하루 50만배럴 증산도 가능하다"고 경고성 메시지를 던졌다.
세계 주요 산유국들이 원유 증산 계획을 밝히면서 원유를 운반하는 VLCC(초대형 원유운반선) 160척이 신규로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VLCC. 사진/삼성중공업
산유국들이 원유 가격인하와 증산 전쟁에 돌입하면서 VLCC 운임은 급등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중동-중국 항로 VLCC 스팟운임은 전일 대비 2.5배 증가한 18만달러를 기록했다. 손익분기점 3만달러를 6배 이상 크게 넘는 수준이다. 원유 가격이 조금이라도 저렴할때 미리 사두려는 가수요가 늘어난 탓이다.
원유 증산에 따라 VLCC 발주도 증가할 전망이다. 노르웨이 탱커 선사 헌터그룹은 중동 일일 200만배럴, 중남미 50만배럴 증산 계획에 따라 각 120척, 30척 총 160척의 신규 VLCC가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다가 헌터그룹은 환경규제 강화로 오는 2022년까지 100척의 VLCC가 해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전 세계 조선소에서 건조되는 VLCC는 60척이 안된다. 현존하는 VLCC도 800여척뿐이다. 원유 생산 증가에 따른 선복 부족현상을 대비하기 위해선 신규 VLCC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VLCC 발주량이 증가하면 국내 조선 3사가 수혜를 볼 전망이다. 국내 조선사는 VLCC 수주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 발주된 VLCC 31척 중 국내 조선사는 18척을 수주하며 시장 점유율 58%를 달성했다.
업계 관계자는 "증산이 예고된 만큼 유조선 주력 선사들이 앞다퉈서 선박을 미리 확보하려 할 것"이라며 "VLCC 발주량이 늘어난다면 국내 조선업계에는 확실히 호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