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첫 발생 이후 두 달간 상장사 시가총액이 35.6% 감소한 가운데 시가총액 순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현대차 등 전통 제조업의 순위는 밀려난 반면 성장 동력을 가진 바이오·IT플랫폼 종목만 선전한 모습이다. 시가총액 10조원 이상 종목은 22개로 급감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1월20일부터 이달 19일까지 두 달간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1524조원에서 982조원(35.6%)으로 감소했다. 코스피 시가총액이 1000조원을 하회한 것은 지난 2011년 10월7일(996조원) 이후 8년5개월 만에 처음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2262에서 1457로 폭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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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내외 악재에 따른 실적 부진 우려로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특히 국내 주식시장 대표선수 격인 톱10 종목 중 7개 종목의 순위가 바뀌었다.
대장주인
삼성전자(005930)는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지켰지만 시총은 256조원으로 100조원 넘게 사라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매물이 집중된 까닭이다. 1월20일 6만28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던 삼성전자는 이날 4만2950원으로 마감했다.
SK하이닉스(000660), 삼성전자 우선주도 2, 3위는 유지했지만 시총은 각각 50조2322억, 29조1713억원으로 23조원, 14조원 줄었다. 시총 4위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시총은 24조2164억원으로 5조원 가량 감소했지만 순위는 한 계단 올랐다. 바이오시밀러 신제품과 CMO(위탁생산) 비즈니스 실적 개선 등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된 영향이다.
LG화학(051910)은 1단계 내린 시총 8위(16조2362억원)를 기록했다. 석유화학업황의 악화와 유럽 지역으로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단기적으로 전기차와 배터리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를 끌어내린 것이다. 이날 LG화학 주가는 23만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17.8% 감소했다.
시총 9위는
삼성물산(028260)(14조4923억원)이 차지했다. 삼성전자와 바이오로직스 등 보유지분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와 지배구조 개선을 강화한 점이 매력 요인으로 작용한 까닭이다.
반면
현대차(005380)는 시총 14조807억원으로 10위에 겨우 이름을 올렸다. 지난 1월20일 6위에서 4단계나 하락한 것이다. 유럽지역 자동차 공장중단으로 자동차 섹터내 투자심리가 단기적으로 크게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중국의 2월 자동차 수요 부진이 주가 하락을 이끈 것이다.
현대모비스(012330) 역시 지난 1월20일 시총 상위 9위에서 13위로 5단계 내려갔으며
기아차(000270)는 22위로 20위권 밖으로 나갔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현대차, 기아차, 모비스 등 대형주의 밸류에이션은 역사상 최하단으로 단순히 실적둔화 우려로 설명이 안 되는 수준”이라며 “결국 수요에 대한 우려인데, 코로나19에 대한 확실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2분기까지 실적 하향조정은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이밖에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요 산업의 생산 차질이 빚어지며
POSCO(005490)가 12위에서 14위로 하락했으며 과거 한때 시총 2~3위를 오르내리던
한국전력(015760)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 등으로 19위로 물러났다.
국내 주도산업이 코로나19 이후 IT, 플랫폼 등 신사업 위주로 재편되면서 전통 제조업이 힘을 쓰지 못하는 실정인 셈이다.
김진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발생을 기점으로 향후 비대면수요 증가와 온라인 비중이 추세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라며 “코로나19 현상이 종식되더라도 사용자들의 이용행태는 과거의 리스크를 내재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19일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1591.20)보다 33.56포인트(8.39%) 내린 1457.64,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485.14)보다 56.79포인트(11.71%) 내린 428.35에 마감했다. 사진/뉴시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