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없는 주한미군 '무급휴직' 시행 D-1

방위비 극적 타결 어려울 전망…정부, 간접 지원 방안 검토

입력 : 2020-03-3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주한미군 기지 내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휴직 현실화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전례없는 '무급휴직' 우려에 한미 양국이 막판까지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해 간극을 좁히고 있지만 사실상 타결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우리 정부는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무급휴직 대상자에 대한 긴급 생활자금 저리 대출 등 간접적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31일 주한미군 내 한국인 노동조합에 따르면 내달 1일 부터 한국인 근로자 약 9000여명 중 절반가량에 대한 무급휴직이 시행된다. 이들의 임금은 방위비분담금 내에서 지출되는데 주한미군사령부가 이번 11차 SMA가 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급휴직을 통보했다. 이들에 대한 무급휴직이 한달을 넘어가게 되면 자동 퇴사 처리될 예정이다.
 
이에 정부는 무급휴직 시행 전까지 SMA 조기 타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외교부는 앞선 26일 정례브리핑에서 "4월 1일까지 시간이 있으니 긴밀히 협의해 가면서 그 문제를 포함해서 협의해 나갈 것"이라며 "조금 더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7차 회의까지 이어져온 양국 협상팀의 대면 협상은 코로나19로 여건이 어려워진만큼 한미 양국은 물밑 접촉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외교부는 이와 관련 "국제적으로 이동 같은 것이 많이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회의가 개최될지는 불투명하다"며 "한미 간 유선(전화) 및 화상을 통해 긴밀히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도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가 한국인 근로자들은 물론이고 연합방위태세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며 "(한미 군 당국 간) 여러 사안들에 대해 긴밀히 협조해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 양국의 협상 진행 상황이 공개되지 않는 가운데 미국은 여전히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난해 방위비 분담금 1조389억원의 5배를 웃도는 50억 달러(약 6조1000억원)를 요구했다가 40억 달러(약 4조8800억원) 수준으로 낮춘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우리 정부는 지난해 방위비 분담금의 10% 안팎 인상을 제안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당초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임금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고자 했다. 지난해 방위비 분담금 가운데 한국인 근로자 임금에 사용된 것은 약 40%인 3700억원 가량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미국은 공평한 방위비분담 합의가 이뤄지면 무급휴직을 피할 수 있다며 우리측에 대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때문에 한미 양국이 무급휴직 시행 이전까지 막판 협상을 이어간다 하더라도 최종 타결엔 무리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미국 내부에서도 한미 방위비 협정의 공백이 길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VOA(미국의 소리)에 따르면 제임스 서먼 전 주한미군사령관 "미국과 한국이 합리적인 합의에 이르지 못한 데 대해 우려하고 실망한다"며 "신속히 해법을 찾지 않으면 동맹에 상처를 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SMA 체결 지연에 따른 무급휴직 시행에 대비해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임금은 방위비분담금에 포함되는 만큼 직접 지원이 여러운 탓이다. 
 
현재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간접적 지원방안은 외교부와 국방부,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도 지난 26일 회의에서 무급휴직에 대비한 지원 방안을 검토했다. 긴급 생활자금을 저금리로 대출해주는 등의 지원방안이 유력하다.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와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정치군사국 선임보좌관)가 1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체결을 위한 11차 회의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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