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눈을 감고 풍경을 떠올려 본다. 설원(雪原), 자작나무 숲.
시원하되 포근한 캐나다 삼림이 연상되는 이 심상과 이야기를 저자는 강원도 인제 시골에서 빚었다.
소설 '자작나무 아래로 내리는 눈'이 1일 출간됐다.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문희융의 첫 장편 소설이다. 카메라 앵글 안에 던지던 세밀한 시선과 감성을 순수 문학으로 풀어냈다.
소설은 자작나무 숲과 인연이 깊은 산림학과 교수 명호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병마와 싸우다 돌아가신 엄마를 그는 자작나무 숲에 모신다. 대학시절 만난 첫사랑의 시련도 그 숲에 묻었다. 이후 숲은 땔감용 목재를 이용하는 일상 공간으로만 작용한다.
우연과도 같은 러시아의 여행길에 오르며 삶은 반전된다. 은퇴를 준비하는 발레리나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무미건조하던 삶의 변화. 문 작가는 소설 주제의 큰 줄기를 설레임에서 찾았다. 그는 뉴스토마토에 “설레임이 한 사람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표현해보고 싶었다”며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소중한 사람의 온기를 돌아보게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어쩌다어른' 등 TV프로에 출연한 바 있는 허진모 작가는 문희융 감독의 저서를 ‘자작나무 사이 사랑이 있다’고 표현한다. 허 작가는 “새삼 언제인지도 모르게 사랑은 식어버리기도 한다”며 “책은 사랑 할아버지에도 반응하지 않는 내 심장을 반성하게 한다. 책에서는 나무 냄새가 나고 창밖으로 눈을 맞는 숲이 아른거린다”고 말했다.
저자는 고려대 언론대학원에서 영상언론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김수용 감독, 조문진 감독, 정지영 감독, 김현명 감독 아래서 수학하고 연출부와 조감독을 지냈다.
1회 평주청소년영화제 대상 작품 〈도시의 계절풍〉과 영화진흥공사 주최 청소년 영화제 촬영상 수상 작품 〈저 먼 동화의 나라로〉에서 시나리오와 감독을 했고 극영화 〈아이 러브 유〉, 〈학교 전설〉, 〈플라이 하이〉, 〈늙은 자전거〉에서 시나리오와 감독을 맡았다. 각색 작품으로는 〈연평해전〉이 있다.
2020년 영상콘텐츠 전문 제작사인 그룹에이치컴퍼니에서 메인 작가로 〈대한〉의 시나리오를 마쳤으며 영상 콘텐츠의 개발자와 기획자로 참여하고 있다.
자작나무 아래로 내리는 눈. 사진/그룹에이치컴퍼니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