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저유가 기조에 탱커 운임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해운업계가 미소 짓고 있다. 해운업계가 호재를 만나면서 수익성이 개선돼 탱커 발주량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사우디와 러시아는 지난달 원유 감산 합의에 실패하면서 가격 인하, 증산 예고와 함께 유가 전쟁에 돌입했다.
유가가 폭락하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서 원유 시장 안정을 위해 공정한 합의를 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우디도 2일(현지시간) 석유수출국기구(OPEC) 및 주요 산유국 모임인 OPEC플러스(+) 긴급회의를 요청했다. 하지만 러시아와 사우디가 원활하게 합의를 이뤄낼 지 미지수다. 특히 합의까지 얼마나 걸릴지 예측하기 어렵다.
대우조선해양 조선소에서 VLCC가 진수되고 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이렇다 보니 해운업이 저유가의 수혜를 보고 있다. 유가가 급락하자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탱커 운임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최근 중동-홍해에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일일 스팟 운임은 32만달러를 기록했다. 손익분기점 3만달러에 10배 이상 높은 가격이다. 사우디가 증산 계획을 밝힌 이후 운임이 급등했고 지난 3월10일에는 중동-인도 항로 유조선운임지수(WS)가 400까지 치솟아 역사적 고점을 기록했다. 현재는 200대로 내려앉았다.
운임 오름세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사우디 해운사 바흐리가 이달 중에 선복 수배를 더욱 늘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또 일각에선 원유를 VLCC에 비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이에 따라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은 탱커 200척이 해상 비축에 활용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운임이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저유가 기조가 유지되면서 조선업계는 탱커 발주량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다. 현재 전 세계 VLCC 수주잔량은 60척이다. 운항 중인 선박량과 비교하면 7% 수준에 불과하다. 선박이 더 필요해진 선주들이 발주를 늘릴 수 있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탱커 선사들의 수익성이 급격히 개선됐다는 것을 고려하면 VLCC 탱커를 비롯한 탱커선박의 전반적인 발주량 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도 "유가가 떨어졌을때 원유를 많이 사들여 선박에 보관하려는 선사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운임이 올라가면서 발주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