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전 세계 발주시장이 코로나19 여파로 침체되면서 우리 조선업계의 수주절벽이 현실화했다. 당장은 건조할 일감이 있지만 수주가 늘어나지 않는다면 향후 건조량이 크게 줄어들어 생산 쇼크가 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7일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 1분기 전 세계 발주량은 233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71% 하락했다.
전 세계 발주시장이 코로나19 여파로 침체되면서 우리 조선업계의 수주절벽이 현실화했다. 삼성중공업 조선소 전경. 사진/ 삼성중공업
중국이 누계 발주량 중 151만CGT(55척)를 수주하며 가장 많은 물량을 가져갔다. 수주 점유율은 65%에 달한다. 반면 한국은 36만CGT(13척)로 16%, 일본은 18만CGT(12척)로 8%를 기록했다.
중국은 자국 발주 물량으로 잔량을 체우고 있다. 절대 발주량이 줄자 중국 선주들이 자국 조선소 일감 확보를 위해 발주를 하는 모습이다. 반면 국내 조선사의 주요 고객은 국내 선사가 아닌 해외 선주들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시황 악화로 선사는 발주할 엄두를 못내고 있다.
특히 올해 발주 물량 중 국내 조선사의 주력 선종인 액화천연가스(LNG)선은 단 한 척도 없었다. 발주 시장이 얼마나 침체됐는지 보여준다.
3월 한달만 놓고 봐도 한국 조선사는 일감을 얼마 가져오지 못했다. 지난달 발주량 72만CGT(21척) 중 한국은 3만CGT(1척)를 수주해 65만CGT(17척)의 중국에 밀려났다. 다만 지난달 현대중공업이 수주한 LPG선 1척과 대우조선해양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1척은 3월 수주 물량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 2척까지 합산하면 한국의 3월 수주량은 3척, 누계 15척이 된다. 수주량이 늘어났지만 중국 실적을 넘어서진 못했다.
발주량이 줄다보니 수주잔량도 감소세다. 국가별 수주잔량을 보면 중국은 2650만CGT로 전년 동기 대비 36% 줄어들었고 한국은 2074만CGT로 28% 감소했다. 일본도 1049만CGT로 14% 빠져나갔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조선업계가 1분기에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카타르, 모잠비크 등 대규모 LNG 프로젝트 발주가 본격화하면 발주량도 급속히 회복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발주 소식이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 경제가 마비되면서 해운업계 상황도 좋지 않다"며 "LNG선 발주가 올해 안에 나와야 겠지만 장담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또 조선업은 특성상 수주 이후 건조 착수까지 1~2년 가량 소요된다. 지금 수주를 못하면 향후 건조 일감이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이 관계자는 "유가가 계속 이 상태라면 선박을 발주를 하려다가도 주춤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연초부터 수주가 없으면 2년후에는 생산 쇼크가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