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개편된 배달의민족 요금체계가 소상공인과 정치권의 비난을 받으면서 논란에 휩싸이자 공공 애플리케이션(앱)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공공배달앱을 만들어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이겠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공공배달앱은 비효율만 초래할 뿐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6일 경기도청 상황실에서 열린 배달앱 독과점 및 불공정거래 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경기도지사는 경기도판 '배달의 명수'를 꿈꾼다. 배달의 명수는 지난달 군산시가 내놓은 공공배달앱으로 배달중개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광고비도 받지 않아 앱 내 노출은 소비자와의 가까운 순서대로 정한다. 민간 배달플랫폼과 달리 지역상품권도 사용할 수 있다. 군산시 지역상품권인 '군산사랑상품권'을 사용하면 결제 시 음식값을 10% 할인받을 수 있다. 군산시에 따르면 배달의 명수는 출시 후 20여 일 동안 약 5300건의 주문을 처리했다.
이 경기도지사는 "정부의 기능은 합리적이고 공정한 경쟁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고, 이를 어지럽히는 독점과 힘의 횡포를 억제하는 것은 의무이다"며 배달의민족에 대항할 공공배달앱 개발에 착수했다. 이미 군산시로부터 배달의 명수 상표 사용권도 협의했다. 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의 국회의원 후보들이 공공배달앱을 공략으로 내걸기도 했다.
수수료 없는 플랫폼에 소상공인은 환영하고 나섰지만, 공공배달앱의 실효성에 대해 제기된 의문도 만만치 않다. 배달앱을 만드는 것만이 끝이 아니라 유지·관리 등 운영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공배달앱에 반대하는 이들은 제로페이, 택시조합의 '티원택시', 대한숙박업중앙회의 '이야', 한국배달음식업협회의 '디톡' 등 사용자를 모으지 못한 공공앱의 실패 사례를 답습할 것이라 내다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서버도 늘려야 하고 마케팅도 해야 하는데 이걸 공공에서 어떻게 하겠다는 말인가"라며 "이 지사가 플랫폼 운영을 너무 쉽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배달앱을 구축하면서 세금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불만을 가진 이들도 있다. 직장인 안 모 씨(20대 후반)는 "내가 낸 세금이 왜 공공배달앱을 만드는 데 들어가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불평했다.
유병준 서울대 교수는 "민간 전문가의 영역에서 정부가 개입하면 오히려 시장 비효율이 초래될 것"이라며 "한국 정도의 시장 규모에서 배달플랫폼은 2, 3개 정도가 적당한데 여기서 경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작은 업체를 지원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고 조언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