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정유·화학업계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코로나19 여파로 수요마저 감소하면서 국내 업체들이 1분기 대규모 손실을 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적자를 면한 업체들도 큰 폭의 영업이익 하락이 예상된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은 유가 급락과 수요 감소로 1분기 수천억원대 적자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투자는 1분기 SK이노베이션 1조874억원, 에쓰-오일은 788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을 것으로 파악했다. 하이투자증권도 각각 9530억원, 8262억원의 영업적자를 예상했다.
적자를 피한 업체도 전년 동기 대비 최대 90%가량 실적이 하락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서산 대산공장에 있는 나프타 분해공정(NCC)에서 폭발사고가 난 롯데케미칼은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90% 이상 떨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은 대산공장 사고로 생산에 차질이 생기며 200억원 가량 손실이 났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LG화학도 1분기 50%가량 영업이익이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정유·화학업체들의 실적이 악화한 것은 국제유가 급락으로 석유 제품 가격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1분기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8.5달러 수준으로 마이너스 마진에 업체들은 제품을 팔수록 손해를 보는 형국이 됐다.
정유·화학업계가 마진과 수요 감소로 올 1분기 실적 부진이 예상된다. 사진/뉴시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해 이동에 제약이 생기며 항공유와 휘발유를 중심으로 수요도 감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유사들은 재고를 쌓아둘 공간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 업체들이 가동률도 높이면서 공급은 많아지고 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동 제한에 따른 영향이 완벽히 사라지거나 유가 급등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부진한 시황이 불가피하다"며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1분기 영업손실 규모는 1조80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화학사들의 경우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2분기부터 원가 절감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원민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부터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러시아의 동시 증산으로 국제유가 약세에 따라 나프타 가격 하락세는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정유사들은 손실이 커지자 인력 구조조정이나 임금 삭감에 돌입했다. 에쓰-오일은 최근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 시행을 검토 중이며 현대오일뱅크는 임원 급여 삭감 카드를 꺼낸 상황이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