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너무해"…'오너 책임론' 커지는 이스타항공

구조조정 과정 일방적…"오너, 직원 고통 외면" 비판

입력 : 2020-04-12 오전 9:03:15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이스타항공을 향한 '오너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회사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월급이 밀리고 해고 위기에까지 놓이자 직원들은 오너 일가 사재라도 출연해 직원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이 최근 전체 직원의 22%를 줄이는 구조조정 계획을 추진하면서 노사는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는 최근 구조조정 방안을 협의하기 위한 노사 회의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하고 서울남부고용노동지청에 임금체불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코로나19로 이유로 국제선과 국내선 모두 운항을 멈추고 100% 자회사인 지상조업사 이스타포트와는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난에 허덕이는 이스타항공이 독단적인 구조조정과 급여 미지급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이스타항공
 
독단적인 급여 연기·구조조정
 
이스타항공은 국내 항공사 중에서도 재무구조가 부실한 편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기준 자본총계는 -632억원으로 현재 자본금이 모두 사라진 자본잠식 상태다. 부채총계는 전년 1225억원에서 2074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국내 항공사들은 경쟁 심화와 일본 불매운동으로 경영난에 시달리긴 했지만 이스타항공은 이 중에서도 상황이 심각한 수준이었던 셈이다. 즉 코로나19가 터지기 전 경영난은 이미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까지 터지자 이스타항공은 운영을 전면 중단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이후 2~3월 급여 지급도 미루고 구조조정에 돌입했는데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태도가 일방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조종사 노조는 최근 밝힌 입장문을 통해 "임금을 체불해 임금 삭감 합의는 효력을 상실했음에도 사측은 지급하지도 않은 3월 급여명세서에 25%를 삭감한 75%를 적용한 임금액을 명시했다"고 밝혔다. 회사가 노조와의 협의를 통해 결정했다는 22% 인력 감축도 사측의 일방적인 수치였다는 주장이다.
 
최근에는 1~2월 국민연금 등 4대 보험료도 체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이 받은 급여명세서에는 월급에서 보험료를 공제한 것으로 표시했지만 실제로는 납부하지 않은 것이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직원들에게 보험료를 납부했다고 속이고 월급의 일부를 가져간 셈이다.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전 회장. 사진/뉴시스
 
뒤에 숨은 실소유주…"노동자 고통 외면"
 
이처럼 회사 어려움으로 급여와 보험료가 밀리고 일자리를 뺏길 위기에 놓이자 직원들은 오너가 사재를 털어서라도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스타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최종구 대표지만 실소유주는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창업주 이상직 전 회장의 두 자녀로 알려져 있다.
 
직원들은 실소유주인 오너 일가가 경영 실패로 인한 책임을 직원들에 떠넘겼다는 주장이다. 조종사 노조는 "창업주인 이상직 전 회장과 오너 일가는 노동자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제주항공으로부터 거액의 매각금을 챙겨 나갈 것에만 골몰하고 있다"며 "이 전 회장과 오너 일가는 즉각 사재를 출연하라"고 밝혔다.
 
지난 3일에는 '이스타항공 최대주주 이스타홀딩스는 각성하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스타홀딩스는 이 전 회장 두 자녀가 51.17%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이스타항공의 지주회사다. 청원자는 "이스타홀딩스 대표는 최대주주이자 상무이사지만 구조조정에 대한 법적·도의적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며 "(제주항공) 매각 차익금(545억원) 일부를 회사의 경영 정상화, 퇴사자 위로금으로 지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항공업계가 유례없는 위기에 빠지면서 전 항공사가 급여 삭감이나 무급휴직 등에 돌입했지만 이스타항공처럼 미지급 사실을 당일 통보하는 곳은 없었다"며 "업계에서도 직원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조치였다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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