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100인의 최고경영자(CEO) 양성.
지난 2006년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카카오의 전신인 아이위랩을 설립할 때 품었던 꿈이다. 벤처 기업 100개를 발굴해 투자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김 의장은 창업 이후 본인의 사업을 하면서도 IT 분야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데 관심이 많았다. 그는 2012년 벤처캐피털(VC) 케이큐브벤처스를 설립했다. 당시 다음카카오(다음과 카카오의 합병법인. 카카오의 전 사명)가 김 의장이 보유한 케이큐브벤처스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8년 3월, 케이큐브벤처스는 카카오벤처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카카오벤처스는 김 의장의 포부였던 우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주로 선행기술·게임·디지털 콘텐츠·서비스 등의 분야에 투자한다. 이제껏 투자한 스타트업만 170곳이다. 펀드는 6개를 운용 중이며 총 운용자산은 약 2046억원이다. 카카오의 투자를 통해 170명의 새로운 CEO들이 자신의 사업을 이어가는 데 도움을 받았다. 김 의장의 꿈은 14년이 지난 2020년 4월 현재 이미 초과 달성된 셈이다.
카카오벤처스는 초기 전문 VC다. 때문에 투자 여부를 판단할 수치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회사는 창업자와 팀, 그들이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의 크기를 투자 여부를 결정짓는 기준으로 삼는다. 카카오벤처스는 창업자와 팀, 즉 사람을 볼 때는 솔직함과 실행력을 중점적으로 본다. 기업인이 솔직해야 가짜 지식과 진짜 지식을 구분할 수 있다. 문제를 빨리 인정하고 해결에 몰두할 수도 있다. 카카오벤처스가 주로 투자하는 소프트웨어 기반 회사에서 실행력은 곧 개발력이다. 개발을 빨리하면 정해진 시간 안에 테스트할 수 있는 가설이 많아지고 결국 성공률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또 기존 시장의 크기가 아닌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의 크기를 보는 이유는 현재의 시장은 없을 수 있지만 문제가 큰 경우 해결하면서 큰 시장이 창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술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김 의장의 포부와 일맥상통한다. 김 의장은 지난 3월17일 공개한 카카오톡 10주년 기념 영상에서 "기술과 카카오만의 문제 해결 방식으로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사회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데 직원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며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모두의 지혜를 모아달라"고 말했다.
카카오벤처스가 자신과 다른 VC들과의 차별점으로 꼽은 것은 팀 플레이다. 카카오벤처스의 보상 구조는 개개인의 투자성과가 아닌 전체의 투자성과를 기반으로 한다. 때문에 심사역들이 본인 담당이 아닌 경우의 투자 활동에도 도움을 주고 받는다. 투자한 기업들끼리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매달 패밀리데이 행사도 열고 있다.
카카오벤처스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주도의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기존·신생 산업에서 활약할 극초기 팀에 투자하는 것이 카카오벤처스의 투자 방향성"이라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