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한국 최초 쇼팽 콩쿠르 우승자 피아니스트 조성진(27)이 낭만주의 음악으로 돌아왔다.
8일 조성진은 앨범 ‘방랑자(The Wanderer)’를 발매했다. 세계적인 클래식 명가 도이치 그라모폰(Deutsche Grammophon, 이하DG)에서 내는 네 번째 스튜디오 레코딩 앨범이다.
앞서 조성진은 DG에서 ‘쇼팽(2016)’, ‘드뷔시(2017)’, ‘모차르트(2018)’ 등 특정 작곡가의 작품들로 이뤄진 앨범을 선보인 바 있다. 이번 앨범에서는 낭만주의 전기, 중기, 후기를 각 대표하는 슈베르트, 리스트, 베르크의 음악을 선택했다.
앨범의 중심이 되는 슈베르트의 ‘방랑자 환상곡 D760’은 방랑자 가곡의 선율을 차용해 탄생한, 다소 우울하지만 동시에 화려한 작품으로 꼽힌다. 조성진은 앞선 인터뷰에서 “방랑은 낭만주의 시대에 무척 중요한 단어였다”고 했다. 슈베르트가 음악가이자 방랑자로서 여러 곳을 여행했던 사실에 대해 “나를 포함한 동시대 뮤지션들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앨범에 담긴 리스트와 베르크의 음악은 환상이라는 단어로 묶인다. 조성진은 “저를 매혹시킨 것은 아주 적은 재료만 가지고도 이런 걸작품을 빚어내는 작곡가들의 솜씨”라며 “기술적 기교보다 한 악장 소나타처럼 만든 형식적 파괴의 상상력이 주목할 만한 작품들”이라 했다.
특히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 S.178은 30분이 넘어가는 긴 곡으로 연주자에게 힘과 지구력을 모두 요한다. 이에 조성진은 “완벽하게 한 번에 치는 게 어려웠지만 흐름을 위해 한 번에 녹음했다”고 했다.
조성진은 슈베르트와 리스트의 작품을 잇는 곡으로 베르크의 피아노 소타나 Op.1을 선택했다. 리사이틀에서 자주 선보였던 베르크와 리스트의 소나타 연속 연주를 레코딩으로 만나볼 수 있는 것도 이번 앨범의 묘미다.
이번 앨범은 코로나19로 발매 일정이 늦춰져 팬들의 아쉬움을 낳기도 했지만, 조성진은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꾸준히 온라인 콘서트를 진행하며 그 어느때보다 팬들과 가까이 소통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28일 독일 오발 미디어 그룹 주최의 마티아스 괴르네와의 유료 가곡 공연을 제외하고 같은 날 선보인 DG 세계 피아노의 날 기념 온라인 공연, DG 모먼트 뮤지컬(4월 26일), 페이스북 WHO 기금 모금 캠페인 온라인 콘서트(5월 7일) 등을 무료로 진행하며 ‘클래식 장벽’을 낮추는 데 힘을 보탰다.
조성진은 오는 7월 내한 공연을 열고 국내 관객과 만난다.
조성진. 사진/Christoph Koestlin, DG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