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창작산실’ 1년 여정 마무리…25개 작품, 152회 초연

입력 : 2020-05-13 오전 9:06:59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이하 창작산실)’1년여의 여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올해 12주년을 맞은 창작산실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박종관)가 주관하는 국내 공연예술계의 대표적인 창작지원사업으로 Pre-프러덕션을 거쳐 무대에 오르기까지 1년여 동안 진행됐다. 지난 1220일부터 329일까지 총 5개 장르, 25개 작품이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 세종문화회관에서 총 152회의 무대를 선보였다.
 
연극 장르에서는 버려진 동물을 매개로 인간군상의 내면을 파헤친 한태숙 연출의 <대신 목자>와 디오니소스 신화를 모티브로 현대인들을 빗댄 연극 <목련 아래의 디오니소스>가 관객에게 공감을 일으키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모파상의 원작을 현대적으로 연출한 <의자 고치는 여인>은 완성도 높은 안무와 배우들의 앙상블, 무대연출로 호평으로 재공연 기대를 일으켰다. 이 외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보이지 않는 균열과 인간성의 상실을 그린 <수정의 밤>과 현대인의 자화상을 담아낸 <체액>, <터널구간>, <마트료시카>를 비롯해 이해타산이 생존을 위협하는 세상을 담은 <아랫것들의 위> 등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번 창작산실 제작진 중 가장 원로예술가인 미나유 연출의 <바디락>은 개인의 일상부터 인류에 대한 문제를 다루며, 예술적 성취를 이끌어 낸 수작이라는 평을 받았다. 반면 인생과 야구의 공통점을 춤으로 풀어 낸 <히트 앤 런>은 신진예술가 그룹 '시나브로 가슴에'의 작품으로 반복적인 움직임과 음악의 강약 조절로 한국 무용계에서 독보적인 스타일을 완성하며 다음 행보에 관심을 모았다. 5.18의 역사적 아픔을 표현한 창작발레 <오월바람>과 분단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모던발레 <Swan Lake; The Wall>가 역사와 발레를 접목한 창작발레를 시도하였고, 현대사회에 대한 성찰을 다룬 <호모 파베르>, <군림>, <청 랩소디>도 작품의 완성도가 높았다.
 
전통예술 완창판소리프로젝트 '강산제 수궁가'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통예술 부문에서는 전통음악을 유지, 창작, 재해석하여 현대적인 방법으로 지키기 위한 예술가의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이 시대에 판소리를 감상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완창판소리프로젝트2 : 강산제 수궁가>, 염상섭의 소설 '삼대'를 탈춤으로 표현한 <삼대의 판>은 전통예술의 소재와 형식의 확장과 가능성을 보여줬다. 종묘제례악을 음악적으로 해체하고 재구성한 <팔음>에서는 역량있는 예술가들의 실험적 해석과 도전을 만날 수 있었으며, 강은일의 <오래된 미래: 내 엄마의 엄마의 엄마의 이야기>는 여성음악가로서 동시대의 이슈를 껴안으며 대중적 관심을 이끌어 냈다.
 
이번 뮤지컬 창작산실은 참신하고 새로운 소재를 다룬 4개의 작품이 초연 무대에 올랐다. 가능성을 모색하는 무대인만큼 아쉬운 점을 보완하여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안테모사>는 대안가족과 소수자, 혐오와 배제와 같은 동시대적인 주제의식을 판타지 동화라는 장르로 담아내며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에게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봄을 그대에게>87년을 배경으로 뮤지컬의 외연을 넓히려는 시도가 긍정적으로 평가된 작품으로 완성도 있는 무대와 서정적인 뮤지컬 넘버로 깊은 여운을 선사했다. 생텍쥐페리의 야간비행을 모티브로 한 <비아에어메일(Via Air Mail)>은 비행사와 작곡가라는 흥미로운 배경과 음악과 드라마의 촘촘한 결합으로 다양한 관객층의 호응을 얻었고, 19세기 예술가들의 치열한 심리극을 담아낸 <아티스>는 기존 작품과 차별화하기 위한 시도들이 돋보였다.
 
2019 창작산실 창작오페라 부문으로 선정돼 2월 초에 나란히 개막한 <김부장의 죽음><까마귀>는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과 고연옥 작가의 희곡을 각색하여 현대인의 죽음과 가족의 위기를 오페라 장르로 담아냈다. 두 작품은 현대인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사용하고, 자막을 설치하는 등 관객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의자 고치는 여인.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2월 중순부터는 코로나19 여파가 창작산실에도 영향을 미쳤다. 연극 <마트료시카>, <아랫것들의 위>, <의자 고치는 여인>, <대신 목자>, 뮤지컬 <아티스> 등은 공연 기간 축소 결정을 내렸고, 3월 초 공연을 앞두고 있던 무용 <히트 앤 런>은 공연을 취소하는 대신 무관중 생중계로 진행됐다.
 
방구석 1로 대변되는 온라인 생중계는 올해 공연계에서 급부상한 키워드다. 2016년부터 창작산실이 꾸준히 해온 사업이었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관객들에게 새로운 공연문화의 대안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전통예술 <오래된 이야기: 내 엄마의 엄마의 엄마의 이야기>와 연극<마트료시카>, <아랫것들의 위>, <의자 고치는 여인>, 무용<Swan Lake; The Wall>, <히트 앤 런>이 각각 1만 뷰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고, 생중계됐던 16개 작품들은 총 145000뷰를 기록하며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예술위는 지난해 12, CGV와 영상사업화 협약을 맺었고, 그 성과로 총 4개의 작품 공연실황을 전국 CGV에서 독점 상영하는 <아르코 라이브>를 개시했다. 첫 상영작으로 <안테모사>가 개봉돼 1000명이 넘는 관객이 작품을 관람했고, 414일 개봉한 <완창판소리프로젝트2:강산제 수궁가>에 이어 56일에는 무용<히트 앤 런>9개 관에서 상영을 시작하였다. 마지막으로 오는 520일에는 실험성과 완성도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연극 <의자 고치는 여인>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지난 428~29일 양일간 대학로 예술가의집 세미나실에서 2019 창작산실 올해의신작에 대한 합평회가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개최됐다. 전문가 20명과 관객평가단 9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작산실 선정작들에 대한 평가와 향후 창작산실의 방향에 대한 제언이 이어졌다. 참석자들은코로나19 여파로 시작한 온라인생중계로 많은 사람들이 예술장르에 유입되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젊은 예술가 뿐만 아니라 기성, 원로예술가도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유일한 지원프로그램인 만큼 타 지원사업과 다른 위상을 갖도록 분발해주길 바란다는 의견도 나왔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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