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알란 탐 “케이팝 대단한 음악 흐름…조용필과 듀엣 원해”

12일 화상으로 열린 홍콩 음반사 폴리그램 50주년 기자간담회
“홍콩 음악가들 한국의 조직력, 체계적 훈련 배워야”

입력 : 2020-05-19 오전 12: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케이팝은 현 세계 음악 시장의 아주 대단한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홍콩 음악가들이 한국 그룹에게서 배워야할 점이 있다면 바로 멤버들의 조직력, 체계적 훈련입니다.”
 
벽면 스크린에 연결된 화상 화면으로 반갑게 손을 흔든 홍콩 가수 알란 탐(70)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케이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본지 기자의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했다. 알란 탐은 특히 빅뱅, 슈퍼엠, 슈퍼주니어를 특색있는 그룹이라고 거론하며 멤버들 별 조합도 참 잘 구성하는 것 같다고 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옆에 함께 있던 탕보여(Karen Tong), 종진도(Kenny Bee) 등 다른 홍콩가수들은 화상 카메라를 앞에 두고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OST를 제창하기 시작했다. ‘You`re my destiny 그댄/You`re my destiny 그댄/You`re my everything’ 두 팔을 하늘 높이 들고 좌우로 흔들며 시작된 노래는 중국, 대만, 일본, 한국 등 각국으로 퍼져갔다. 화상 카메라를 앞에 두고 마스크 쓴 이들이 눈웃음을 지으며 팔을 치켜들었다.
 
폴리그램 50주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알란 탐. 사진/유니버설뮤직코리아
 
지난 12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논현로 유니버설뮤직코리아에서는 사내 화상 프로그램으로 홍콩의 유서 깊은 음반사 폴리그램 50주년 글로벌 간담회가 열렸다. 한국 매체로는 뉴스토마토가 단독으로 참여했다
 
폴리그램은 1970년 독일 폴리도르 레코드가 홍콩 음악시장의 영향력 확대 차원에서 출범한 음반사다. 대만의 올드 팝송이 유행하던 시절 폴리도르는 홍콩 뮤지션들이 작곡한 영어 곡에관심을 두며 ‘The Wynners’와 같은 그룹을 성공적으로 데뷔시켰다. 이후 1974년부터는 홍콩 드라마 삽입곡들이 서서히 인기를 얻으면서 광동팝(Cantopop)’이라 불리는 홍콩 대중음악의 세계화가 시작됐다. 당시 진추하(Chelsea Chan)‘One Summer Night’ 같은 곡은 일본,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80년대 중반부터는 일본 뮤지션들이 진입하면서 광동팝의 전성기가 이어진다. 이들을 중심으로 홍콩에서는 대규모의 젊은 팬덤이 생겨났다. 진혜한(Priscilla Chan)은 일본적 느낌으로 다듬어진 음악에 적당히 반항아적이고 사춘기적인 모습으로 팬덤 몰이를 했다. 알란 탐(Alan Tam) 역시 진혜한과 함께 당대 폴리그램을 대표하는 광동팝의 상징적 뮤지션이었다.
 
특히 ‘Foggy Love’, ‘Source of Love’, ‘Love Trap’ 등은 홍콩 대중음악의 세계화를 이끈 알란 탐의 대표곡들로 지금까지도 거론된다. 국내 팬들에게는 1984년부터 1994년까지 일본 타니무라 신지, 한국 조용필과 함께 음악으로 평화를 노래하던 팍스 뮤지카(PAX MUSICA)’ 공연으로 유명하다. 조용필과의 인연으로 친구여’, ‘단발머리등을 홍콩에 소개했고 그 외에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 김현철의 일생을’, 서문탁 난 나보다 널’, 코리아나 손에 손 잡고등도 번안해 부르기도 했다.
 
12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유니버설뮤직코리아의 사내 화상 프로그램으로 알란탐과 대화를 나누는 세계 각국 기자들. 한국 매체로는 뉴스토마토가 단독으로 참여했다. 사진/유니버설뮤직코리아
 
이날 알란 탐은 같이 협업하고 싶은 한국 아티스트를 묻는 질문에 조용필 세 글자를 언급했다.
 
다시 결합해서 함께 노래하고 싶은 바람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곡도 같이 써보고 싶습니다.”
 
이날 알란 탐을 필두로 폴리그램 50주년 간담회에 참석한 홍콩가수들은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같은 한국말을 실시간으로 전하며 한국에 애정을 표했다.
 
탕보여는 시간 될 때마다 한국 드라마로 자연스레 한국음악을 접하게 된다홍콩에서도 드라마 시청률이 대단하다며 추켜세웠다. 종진도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중화권 아티스트들도 많은 것으로 안다한국 케이팝으로 잘 훈련받은 이들이 다시 중국이나 홍콩으로 와서 활동한다면 중화권 대중음악 시장의 풍경도 더 다양해지고 발전될 것 같다고 거들었다.
 
이날 폴리그램 설립 50주년 기념 간담회에서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유행했던 곡들을 엮은 ‘Stars of PolyGram 50’도 발표됐다. 과거 홍콩 대중음악의 역사를 돌아보자는 취지로, 영국 BBC에 소개된 The Wynners의 곡 ‘Games Gamblers Play’를 필두로 알란 탐 등 광동시대를 빛낸 가수들의 곡들을 메들리 버전으로 내놓은 곡이다.
 
현재 세계로 뻗어나가는 케이팝 역시 50년의 역사를 되새길 날이 오지 않을까. ‘광둥시대음악가들과 얘기를 나누는 동안 케이팝의 미래에 관한 생각들이 자꾸만 겹쳐 보였다.
 
알란 탐. 사진/유니버설뮤직코리아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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