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코로나19에 따른 선박 인도 지연 사태가 중국, 한국 등 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확산되고 있다. 조선소 가동 중단으로 인도 일정에 차질이 생긴 가운데 일부 선사는 크루즈 운영마저 중단하고 있어 조선사의 부담이 한층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미국관광업계 전문지 트래블 위클리(Travel Weekly) 등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크루즈 조선사 핀칸티에리는 코로나19 사태로 1분기 생산량이 20% 감소했다.
중국을 강타한 코로나19가 한국 등 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확산되면서 유럽 조선업계가 선박 인도 지연 사태를 겪고 있다. 조선소 가동 중단으로 인도 일정에 차질 생긴 가운데 일부 선사는 크루즈 운영 중단에 나서면서 조선사 부담이 한층 가중될 것으로 관측된다. 통영항 일대 조선소. 사진/뉴시스
핀칸티에리는 코로나 확산으로 지난 3월16일(현지시간)부터 3월25일까지 조선소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그런데 이탈리아 정부의 방역 지침에 따라 4월 중순까지 중단 기간을 추가로 연장하면서 건조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프린세스 크루즈가 6월 인수하려 했던 인첸티드 프린세스(Enchanted Princess)호는 조선소 가동 중단으로 출항이 미뤄졌다.
올해만 하더라도 크루즈 8척, 내년과 내후년 각 8척, 10척 등 향후 4년간 총 46척을 인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도일정을 다시 짜야할 판이다.
뿐만 아니라 선사들도 선박 인수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크루즈선은 한정된 공간에 많은 사람이 밀집해 있어 집단 감염사태가 벌어지기 쉽다. 일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렇다 보니 일부 크루즈 선사는 자발적으로 크루즈선 운항을 중단하고 있다.
신조선 인수도 미룬다. 크루즈 선사인 크리스탈 크루즈는 독일 MV 베르프튼(Werfren)으로부터 당초 8월 크루즈선을 인수하려 했다가 11월로 미뤘다.
코로나19에 따른 선박 일정 지연 문제가 중국, 한국 등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앞서 중국은 춘절 연휴 연장과 조선소 가동중단으로 인도 지연 차질을 빚었다. 중국선박공업협회는 200척 이상이 제때 인도되지 못할 것이란 전망까지 내놨다.
한국은 중국, 유럽과는 사정이 사뭇 다르다. 조선소 생산공정 차질이 아닌 선주 측의 요청으로 일정이 연기된 것이다. 현대미포조선은 최근 2019년 12월 수주한 액화석유가스(LPG)선 2척에 대한 인도일이 2021년 9월에서 2022년 2월로 5개월 가량 지연됐다고 밝혔다. 특히 이중 1척은 발주처가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는 조건도 추가됐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조선사는 비용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사 입장에서 잔금을 제때 받지 못하면 힘들어진다"며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납기가 많이 남은 건조 계약은 취소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