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브라질 보건부가 코로나19 환자에게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 유사 약물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사용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게임 체인저’라며 극찬한 약이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사진/뉴시스
20일(현지시간) 브라질 보건부는 코로나19 환자에게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사용을 확대하는 내용의 지침을 마련했다. 지침에 따르면 그동안 코로나19 중증환자에게만 처방하던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중증뿐 아니라 경증 환자에게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사용확대를 고집해왔다. 보건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치료제로서 클로로퀸의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데다 오히려 사망률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해왔지만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클로로퀸 사랑은 꺾이지 않았다.
지난 19일에는 코로나19 치료제로서 클로로퀸의 사용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히며, 93세인 그의 어머니를 위해 클로로퀸 한 상자를 갖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간 브라질 보건 전문가들은 클로로퀸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며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대립해왔다. 지속되는 마찰에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달 루이스 엔히키 만데타 전 보건부 장관을 해임하는 강수를 뒀으며, 새로 장관이 된 네우손 루이스 르페를리 타이시도 같은 이유로 지난 15일 사임했다. 이번 지침은 장관 대행을 맡은 군 장성 출신 에두아르두 파주엘루 차관이 발표한 것이다.
반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코로나19의 예방에 도움을 얻기 위해 스스로 복용해왔던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섭취를 끝내겠다며 “아마 이틀 뒤엔 클로로퀸의 섭취를 끝낼 것 같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대한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특효약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었으며, 이틀 전인 18일에도 자신이 약 2주일 동안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매일 복용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약물의 복용을 끝내는 이유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으나, 그간 계속된 지적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의 클로로퀸 섭취 발언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칼럼을 통해 “그는 아마 허브를 먹거나, 소나 낙타의 오줌을 마실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롱했다.
한편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지난달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나 클로로퀸을 병원 처방이나 임상시험 없이 복용하는 것은 심장 박동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