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여야 원내대표와 만나 "격식 없이 자주 만나자"며 21대 국회와의 적극 협치 의지를 밝혔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정무장관직 신설'을 건의하며 화답했고, 문 대통령은 "적극 검토하겠다"고 호응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 청와대 상춘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만나 156분간의 비공개 오찬 회동과 경내 산책을 함께 했다. 오찬 테이블에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만 배석했다. 코로나19 사태를 비롯한 국정 전반에 대한 허심탄회한 의견 교환을 위해 참석자를 최소화했다는 설명이다. 참석자들은 모두 '노타이' 편한 복장이었다. 이것 역시 격의없는 소통을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협치의 쉬운 길은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가 자주 만나는 것"이라며 "아무 격식 없이 만나는 게 좋은 만남의 첫 단추"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에 일이 안 풀릴 때 그것을 타개하려고 만나니 만나는 일 자체가 쉽지 않았다"며 "앞으로 정기적으로 만나 현안이 있으면 현안을 논의하고, 없으면 정국을 이야기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역대 국회가 법에 정해진 날짜에도 정상적 개원을 못한 점을 아쉬워하며 "지금은 코로나19 위기국면 타개에 총력을 기울이지만, 위기극복 이후는 미래를 향한 경쟁이 될 것"이라며 "누가 더 협치와 통합에 열려있는지 국민들이 합리적으로 보실 것"이라며 21대 국회에서 제대로 된 여야 협치와 통합을 기대했다.
이외에도 문 대통령은 △3차 추경안 신속한 통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7월 출범 △고용보험 확대 등 사회안전망 강화 △고용관련 법안 조속한 통과 △코로나19 관련 법 처리 등을 여야에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주 원내대표는 "우리도 상생과 협치할 준비가 돼 있다"며 "(정부가) 야당을 진정한 국정의 동반자로 생각한다면 적극 돕겠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와 야당의 가교 역할을 할 '정무장관' 도입을 건의했고, 문 대통령은 노영민 비서실장에게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
이날 오찬은 전체적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당초 일정은 1시간30분 가량 예정됐지만, 대화가 길어지면서 2시간36분 만에 종료됐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 문제와 같은 민감한 이슈들은 다뤄지지 않았지만, 확장재정에 대한 우려, 탈원전 문제, 일본군 위안부 문제, 고용 유연성 문제 등이 원론적으로 언급됐다는 후문이다.
오찬 메뉴로는 해송자죽·능이버섯잡채와 어만두·한우양념갈비와 데운 채소, 계절채소비빔밥과 민어맑은탕 등이 올랐다. 협치 의지와 함께 독실한 불교신자인 주 원내대표의 취향을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문 대통령과 두 원내대표는 오찬 후 청와대 경내 산책도 함께했다. 문 대통령은 산책도중 김태년 원내대표에게 "국회가 제때 열리고, 법안이 제때 처리되면 업어드리겠다"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8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문 대통령 양당 원내대표 초청 오찬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