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여러분, 봄날은 반드시 올 겁니다.”
14일 저녁 7시 반, 전 세계 107개 지역에 방탄소년단(BTS) RM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지막 엔딩곡 ‘봄날’로 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한 직후. 스카이뷰 카메라가 일곱 멤버들의 군집과 바닥의 화려한 눈꽃 영상을 함께 훑었다. 다른 5개의 캠들은 돌아가며 땀을 뻘뻘 흘리는 멤버들 얼굴을 비췄다. “실제로는 날씨가 덥지만, 이 얼어붙은 날들을 지나 다시 만나요.”
방탄소년단.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코로나19 시대가 장기화되면서 비대면 공연이 진화하고 있다. 이날 방탄소년단의 온라인 공연 ‘방방콘 더 라이브’를 본 소감이다. 여섯 개 앵글의 카메라는 100분가량 멤버들을 부지런히 따라다녔다. 기술은 시공의 한계를 깨고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등 세계 75만명의 시청자, 아미(방탄소년단 팬덤)을 연결시켰다. 아미들은 실시간으로 멤버들을 보고 블루투스 연동 ‘아미밤(응원봉)’을 흔들며 실제 같은 환영을 느꼈다.
공연은 이날 6시부터 영화 트레일러처럼 시작됐다. 일곱 멤버들을 빗대 만든 조그만 3D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등장. 대형 햄버거 옆에 쪼르륵 선 이들이 케첩을 뿌리자 자막이 떴다. 비대면 공연 시대의 선언처럼 들렸다. “이 공연 중에는 음식물 반입이 가능합니다. 가장 편안한 자세로 즐겨주세요.”
카메라는 곧 멤버들이 모인 파스텔톤 복도를 연결시켰다. 방탄소년단의 ‘방’으로 팬들을 초대하는 콘셉트. 복도를 출발점으로 삼아 멤버들은 이후 5개의 방과 2개의 스테이지를 부지런히 오가며 무대를 꾸몄다. ‘쩔어’를 시작으로 ‘흥탄소년단’, ‘하루만’, ‘Black Swan’, ‘작은 것들을 위한 시’, ‘고민보다 고’, ‘앙팡맨’, ‘봄날’ 등 총 12곡으로 팬들과 교감했다.
방탄소년단 '방방콘 더 라이브'.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이날 공연에서 시선을 끈 것은 ‘멀티뷰 시스템’이다. 6개의 앵글로 촬영 중인 화면을 선택해 공연을 보는 것이 가능했다. 메인 화면을 기본으로 ‘풀샷’, ‘클로즈업’, ‘스카이뷰’ 등 서로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화면들은 오프라인 경험을 넘어서는 생동감을 부여했다. 첫 번째 토크 직후 ‘좋아요’ 무대 때는 셀카봉에 달린 카메라로 영상통화 같은 장면들을 연출했다. 20~30cm도 채 되지 않는, 손에 닿을 듯한 거리감이 온라인 공연 상의 한계를 상당부분 보완해주는 듯했다.
기술 활용에 따른 교감은 한층 더 긴밀해졌다. ‘작은 것들을 위한 시 (Boy With Luv)’ 무대 때는 아미밤 연동으로 색이 변하는 LED 우산을 안무에 활용했다. 무대 뒤편 설치된 수백개의 아미밤은 우산과 조화를 이뤄 형형색색의 빛을 뿜어냈다. 멤버들은 “아미와 방탄이 하나 된 무대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시대에 물리적 공간은 떨어져 있어도 서로가 연결돼 있다는 것을 연출로써 표현한 무대다.
방탄소년단 '방방콘 더 라이브'.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토크 시간에는 음악 작업실 같은 방에 누워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각자의 이야기들도 전했다. 슈가는 독서를 많이 하고 있고 정국은 최근 기타를 배우고 있다고 했다. 멤버들은 “투어 때 준비해뒀던 안무를 무대에서 하지 못해 아쉽다”며 2∼3명씩 짝을 지어 유닛 무대도 펼쳤다. RM과 슈가는 1980~1990년대 의상을 입고 ‘Respect’를, 동갑내기인 지민과 뷔는 교복을 입고 만두를 먹는 퍼포먼스를 보이며 ‘친구’를 불렀다. 제이홉과 진, 정국은 ‘자메뷰(Jamais Vu)’ 무대를 꾸몄다.
앞서 그룹은 코로나19의 세계적 팬데믹으로 오프라인 월드투어를 잠정 중단해야 하는 사태를 맞은 바 있다. 이 투어는 지난 2월 정규 4집 ‘MAP OF THE SOUL : 7’ 발매를 기념하기 위한 것. 미국과 캐나다·일본·영국·독일·스페인 등을 돌 예정이었지만 글로벌 물류 시스템 가동, 스태프와 관객 건강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일정 변경이 불가피했다. 이날 멤버들은 “6개월 만에 무대에 서니 감회가 새롭다”며 “비록 화면으로 만나고 있지만 빨리 이 시기를 지나 공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전했다.
“코로나 때문에 무력감이 쌓여 괴롭지만 긍정적으로 이겨나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볼 수 없지만 곧 다시 보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꼭 다시 만납시다.”(슈가)
“오프라인 무대에 서면 관객들의 함성, 표정에 힘이 나는데 오늘은 그런 반응이 없어서인지 왠지 안무가 더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이게 미래의 공연 모습인가 싶어 사실 무섭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봐주시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행복을 드리겠습니다. 봄날은 반드시 올 겁니다.”(RM)
방탄소년단 '방방콘 더 라이브'.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