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신용협동조합의 대출권역 광역화를 골자로 하는 '신용협동조합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 되면서 조합 간 양극화가 우려되고 있다. 조합 내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 소형 조합의 통폐합에 따른 갈등이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용협동조합의 대출권역 광역화를 골자로 하는 '신용협동조합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 되면서 조합 간 갈등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신협중앙회 본사 모습. 사진/신용협동조합
6일 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신협의 대출 권역은 서울, 인천·경기,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대전·세종·충남, 광주·전남, 충북, 전북, 강원, 제주 등 10개 권역으로 확대 개편된다. 기존 226곳의 시·군·구 등 지역 거주 조합원에 한정해 여신이 이뤄진 것보다 영업 구역이 크게 넓어지는 셈이다.
이 같은 방향의 대출권역 개편이 시행될 경우 조합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별 조합의 여신권역이 이전보다 넓어짐에 따라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자금 운용 규모가 큰 대형조합이 저렴한 대출 금리를 내세울 경우 상당수의 소형 조합 고객이 이탈하고, 소형 조합은 구조조정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1990년대 후반 신협은 조합 간 자산 확대 경쟁이 심화되면서 580여개 조합이 구조조정되기도 했다.
지금도 신협 조합 간 통폐합은 진행되고 있다. 최근 3개년간 조합수 변동 현황을 보면 2017년에는 4곳 조합이 합병되고 2곳은 해산돼 조합수가 898개로 줄었다. 이듬해에는 5곳의 조합이 해산됐으며 지난해에는 4곳 해산, 1곳이 합병돼 총 883곳으로 조합수가 감소했다.
조합별 자산 격차 역시 계속 확대되는 중이다. 자산규모별 조합수 현황을 보면 지난해 기준 100억 미만의 자산을 보유한 조합수는 89개로 전년(95개) 대비 6.3% 감소했다. 반면 지난해 기준 1000억 이상 대형조합수는 353개로 전년(304개) 대비 16.1%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신구역 확대 개편이 시행되면 조합 간 격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소형 조합 부실로 인한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내홍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여신구역 확대가 경쟁력을 가진 단위 대형 조합에는 기회지만 그렇지 못한 영세 조합은 다른 상호금융과 더불어 같은 신협 조합까지도 경쟁자가 된다"며 "신협중앙회 차원에서 영세 조합에 어떤 지원책을 내놓을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협 측에선 여신구역 개편에 따른 조합 간 통폐합을 고려치 않겠다는 입장이다. 신협 관계자는 "(여신구역) 광역화를 하면서 통폐합 등의 정리 절차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신구역 광역화를 추진하면서 태스크포스(TF)를 마련했다"며 "소형조합 위주로 구성해서 여신구역 개편 제도가 정착되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상생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