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대한항공이 자산 매각, 유상증자 등을 통해 4조원을 마련하며 올해 자금 유동성 위기는 무사히 넘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화물 매출도 사상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최악의 시기는 지났다는 안도의 목소리가 나온다.
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기내식사업부와 기내면세점 사업을 국내 2위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에 매각하는 안을 논의했다. 매각가는 1조원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로 자금줄이 막히자 공적 자금을 비롯해 다양한 방법으로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이날 대한항공은 총 1조127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도 나선다고 공시했다. 신주 발행가액은 1만4200원으로 새로 발행하는 주식 수는 7936만5079주다. 대한항공이 조 단위의 유상증자를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업부 매각과 유상증자를 통해 2조원 이상 자금을 마련하는 것과 별개로 정부의 지원도 받을 예정이다. 지난 4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을 빌려줬고, 이어 정부는 기간산업안정기금 대상 기업으로 대한항공을 선정했다. 기안기금을 통해 정부는 올 하반기 1조원의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2조원의 공적 자금을 포함해 올해 모두 4조3000억원가량의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이 자산 매각·유상증자 등을 통해 4조원을 확보하며 올해 자금 유동성 위기는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뉴시스
현재 대한항공은 항공운송교육, 항공기정비(MRO) 사업부 매각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유휴 자산인 서울 종로구 소재 송현동 부지 매각도 진행 중이라 앞으로 자금을 추가로 더 확보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당초 대한항공이 올해 안에 상환·차환해야 하는 빚은 4조4600억원에 달했다. 국책은행이 지난 6월 말 만기였던 2100억원 규모 회사채 차환을 지원하고 하반기 2000억원 규모 회사채도 인수하며 빚이 줄었지만 여전히 4조원가량을 갚아야 했다. 이번 공적 자금 투입과 대한항공의 자산 매각, 유상증자로 발등의 불은 끈 셈이다.
아울러 화물 선방으로 인한 2분기 흑자도 예상되면서 숨통이 점점 트이고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의 2분기 실적은 연결기준 매출액 1조8917억원, 영업이익 1050억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크게 상회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코로나19로부터 출발한 여러 변수는 남아 있다. 화물 수요가 늘었지만 전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여객은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2분기 영업이익 예상되는 이유는 인건비의 상당 부분을 정부가 지원해줘 고정비를 크게 줄였기 때문인데, 3분기에는 이런 지원이 끊길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올해는 버티겠지만 내년에도 여객 수요가 현재 수준이라면 추가 자산 매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