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항공업계 가장 큰 이슈는 단연 두 건의 인수·합병(M&A)이다. 하나는 HDC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 또 다른 하나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간의 딜이다. 애석하게도 두 건의 딜은 모두 코로나19라는 암초를 만나 난항 중이다.
예상치 못한 변수로 HDC현산과 제주항공은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렸고 이에 최근 국토교통부가 나섰다. 김현미 장관은 인수 기업의 대표인 정몽규 HDC그룹 회장과 채형석 애경그룹(제주항공 모기업) 부회장을 차례로 만났고 M&A를 마무리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국토부는 건설사와 항공사를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정부 부처다.
HDC현산과 제주항공이 각각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 매입을 결정하고도 마무리를 짓지 못하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안 그래도 빚더미였던 두 회사가 코로나19를 겪으며 재무구조가 더욱 엉망이 됐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올 1분기 부채비율은 HDC현산이 인수를 검토하던 지난해 3분기보다 10배가량 높아졌고 이스타항공은 자본잠식 상태에 직원 급여도 5개월째 밀렸다. 시장에서는 HDC현산과 제주항공이 두 기업을 인수한 후 빚을 갚는 데에만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김 장관까지 나서자 인수자들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특히 인수 포기에 가까운 행보를 보였던 제주항공이 마음을 바꿀 수도 있다는 관측이 쏟아졌다. 항공사 사업 성패를 좌우하는 운수권을 배분하는 국토부의 말을 거스를 수 있겠냐는 게 그 이유다. 선의의 당부였다고 해도 국토부의 지위와 역할상 인수자들에겐 그 이상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특히 면담 후 항공업계에서는 두 기업이 인수를 포기하면 국토부가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말마저 돌았다고 한다. 사실관계를 떠나, 항공업계에서 국토부의 위상이 어떤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장관이 딜 마무리를 재촉하며 근거로 댄 항공산업 발전과 고용 안정도 딜을 성사해야 하는 이유가 되긴 어려워 보인다. 항공산업 발전은 개별 기업이 아닌 국토부가 고민해야 할 문제며, 빚더미인 기업을 껴안았다가 고꾸라지면 원래 있던 직원들의 고용 안정까지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주항공은 매각 대상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로 제 직원 월급 주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기업 간 M&A는 각 기업이 결정할 문제다. 혼란스러운 항공업계를 빠르게 안정화 하고 싶은 국토부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길 바란다.
김지영 산업부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