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국내 업체들의 전기차 배터리가 성과를 내고는 있지만 안정적으로 선두권을 굳힐지는 아직 두고 봐야 할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일본 업체들과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최근에는 유럽도 배터리 산업 지원에 나서면서 미래 구도를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면서 한·중·일 3국의 배터리 전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 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LG화학이 세계 점유율 1위에 오르긴 했지만 2위인 중국 CATL과 3위 일본 파나소닉과 차이는 불과 2~3%p 정도다. 같은 조사에서 4위에 오른 삼성SDI는 6.4% 점유율을 기록했는데, 5위 BYD보다 불과 0.4%p 앞선다. 영원한 1위가 아직 없는 시장인 셈이다.
이처럼 배터리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한 가운데 자동차 기업들도 자체 기술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전기차의 경쟁력을 곧 배터리의 경쟁력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원가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30~40%가량으로, 자동차 기업 입장에서는 핵심 부품을 외부에만 의존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하기 때문이다.
폭스바겐-노스볼트가 독일 잘츠기터에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 사진/유튜브 캡처
실제 폭스바겐은 지난해 스웨덴 신생업체인 노스볼트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하고 4억5000만유로(5958억원)를 투자해 생산공장을 구축한다고 밝힌 바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2014년 자회사로 들인 아큐모티브를 통해 자체 배터리 생산에 나섰다. BMW도 최근 모로코 광산그룹 마나젬과 1억유로(한화 약 1350억원) 규모로 코발트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코발트는 배터리 셀을 만드는 데 필요한 핵심 원료로, BMW가 협력 중인 배터리사 원료를 확보해줬다는 분석도 있지만 직접 배터리셀을 제조하기 위해 이런 행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자동차는 선진국이지만 배터리 부문에선 후발주자였던 유럽 정부들도 최근 자체 배터리 생산을 위한 채비에 나섰다. 독일 정부는 최근 배터리 업체 바르타에 3억유로(411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독일 정부는 배터리 셀 개발을 위해 생산시설에 15억유로(2조560억원)를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유럽연합(EU) 차원의 보조금 지원도 활발하다. 유럽연합은 전기차 배터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32억유로(4조3870억원)를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최근 구광모 LG 회장(왼쪽 사진 오른쪽)과 최태원 SK 회장(오른쪽 사진 왼쪽)을 각각 만난 모습. 사진/각 사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제너럴모터스(GM), BMW 등의 업체들과 합종연횡을 통해 안정적인 고객을 확보했지만 이런 동맹이 언제 깨질지 모른다는 것도 변수다. 실제 테슬라는 사업 초기 파나소닉을 파트너로 선정하고 협업관계를 맺었지만 파나소닉이 주문한 물량을 맞추지 못하고 다른 업체들과도 협업하자 독점 계약 관계를 깼다. 현재 테슬라는 LG화학, CATL과도 손을 잡는 등 협력사를 늘리고 있다. 특히 중국 CATL과는 100만 마일(약 160만㎞)을 달리는 '반영구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LG화학과 합작사를 설립한 GM 또한 CATL에서도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다. 일본 토요타도 자국 배터리 기업인 파나소닉과도 손을 잡았지만 CATL, BYD와도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업체들도 현재의 파트너에 안주하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쟁이 치열한 전기차 시장에서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내 배터리사들과 현대차그룹, 정부가 팀을 결성해 전기차 경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자동차 산업은 국가 간 경쟁 성격이 강화되는 중"이라며 "한국판 뉴딜 등 국가의 적극적 지원이 미래차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