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코로나 이슈발 주가하락 시점을 중심으로 다수 합병이 이뤄져 합병비율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회사 본질가치와 동떨어진 합병가액이 산정돼 소액주주가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에이프로젠KIC는 에이프로젠과 에이프로젠H&G를 합병한다. 합병 기일은 10월20일이다. 코스피 상장사인 에이프로젠KIC는 최대주주가 지베이스로 특수관계 합산 25.82% 지분을 보유했다. 비상장사인 에이프로젠은 김재섭 지베이스 대표이사가 특수 관계합산 77.44%를 갖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인 아이프로젠H&G는 최대주주 에이프로젠제약 지분이 59.70%다. 합병 완료 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은 25.82%에서 62.01%로 확대된다(2020년 7월23일 기준).
합병 존속법인인 에이프로젠KIC의 보통주 기준시가는 지난 4월23일을 기산일로 산정됐다. 기산일 기준 최근 1개월, 최근 1주일, 최근일 종가를 산술평균했다. 여기에 10% 할인도 적용했다.
그런데 에이프로젠KIC는 국내 증시폭락 영향으로 지난 3월23일, 최근 1년 내 최저가를 찍었다. 따라서 이후 1개월간 가중평균종가는 평년 때보다 낮게 산정될 수밖에 없다. 산정 결과 1주당 합병가액은 1991원이다. 27일 현재 이 회사 장마감 후 종가는 2800원이다.
에이프로젠KIC에 흡수합병되는 에이프로젠은 자산가치가 1주당 3723원인데 비해 수익가치가 4만7098원으로 정해졌다. 수익가치는 회사가 스스로 2년간 이익 추정을 해 회계법인에 검토를 받는데 회사 주관이 개입될 소지가 있다. 에이프로젠은 또 당사를 바이오 의약품 개발 및 생산, 판매회사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유사회사가 없다고 보고 상대가치는 평가하지 않았다. 이를 통해 계산된 1주당 합병가액은 2만9748원이다.
이에 따른 에이프로젠KIC와 에이프로젠 기명식 보통주식 합병 비율은 1대 14.9412355이다. 에이프로젠 주식 1주당 에이프로젠KIC 주식 약 14.9주를 발행해줘야 한다. 즉, 이번 합병을 통해 비상장 에이프로젠 주식을 갖고 있는 김재섭 대표이사를 비롯한 특수관계인이 에이프로젠KIC 지분을 크게 늘릴 수 있다.
코스닥 상장법인 에이프로젠H&G은 합병가액이 676원이다. 기준시가가 676원, 자산가치가 1184원으로 계산됐는데 기준시가를 합병가액으로 정했다. 관련 법상 상장회사와 비상장사간 합병에서 기준주가가 자산가치에 미치지 못하면 자산가치를 주당합병가액으로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회사측은 기준시가가 기업 실질가치를 적절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에이프로젠H&G 역시 지난 3월23일, 최근 1년 내 최저가를 찍었다.
해당 합병은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오는 9월15일 주주총회가 열리고 이후 10월5일까지가 행사기간이다. 회사측은 매수청구금액이 각 합병당 300억원을 초과하면 합병계약이 해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장사인 화승알앤에이는 비상장사인 화승엑스윌을 흡수합병한다. 기일은 9월25일이다. 존속회사가 피합병회사 100% 지분을 소유한 소규모합병이다. 특이점은 이 경우 무증자합병이 일반적이지만 회사는 448만3665주의 합병신주를 발행해 자기주식 편입하기로 했다. 정부가 지배주주의 자사주 활용 규제를 추진하는 상황이라 이번 합병에 관심이 쏠린다. 현승훈 화승그룹 회장은 최근 아들인 현지호 화승그룹 부회장에게 주식 225만9642주를 증여하기도 했다.
통상적으로 합병은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거나 중복 인력을 줄여 구조조정하는 용도로 진행된다. 피합병법인에 결손금이 많으면 합병 후 과세 혜택을 볼 수도 있다.
앞선 사례 외에도 최근 LG생활건강이 더페이스샵, 씨앤피코스메틱스, 캐이엔아이 자회사들을 무증자 합병 추진한다. 또 동아에스티가 큐오라클을 무증자로 소규모합병한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