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휴대폰 디지털포렌식 중단 등으로 수사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경찰이 수사강도를 높일 전망이다.
서울지방경찰청 '박원순 사건 수사 태스크포스(TF)'는 4일 박 전 시장 사망과 성추행 의혹 사건과 관련해 "수사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법원에서 박 전 시장 휴대폰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기각한 사유에 맞춰 보강할 만한 충분한 진술이나 관련 증거가 아직 확보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아직도 참고인이나 기타 수사를 해야 될 여러 분야가 있는데, 수사 강도를 조금 더 높여서 압수수색 영장을 재신청 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최초로 인지하고 이를 보고한 것으로 알려진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별보좌관이 이번 주 안에 경찰 출석을 앞둔 가운데 지난 7월20일 오전 서울 성북경찰서 앞에서 취재진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성추행 의혹과 서울시 측의 방임 의혹과 관련해서는 거짓말탐지기 수사나 대질신문 등을 고려하고 있다. 피해자와 관련자들의 말이 서로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거짓말탐지기 수사의 경우 대상자 전원이 동의를 받아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이에 따라 대질신문이 먼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피해자와 대상자 20여명 중 일부가 이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다만, 피해자가 정신적으로 힘들어 하는 상태이기 때문에 의사 등 전문가 그룹이 대질신문의 정도가 피해자 입장에서 수용할 수 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고, 일부 가능한 것은 경찰과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측의 성추행 방임 의혹에 대한 수사 역시 난항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참고인 조사와 증거수집 과정"이라면서 "비서실 자료 등에 대해서는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돼 직접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고, 비서실 측에서도 임의로 제출한 자료가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14일 박 전 시장의 사망과 관련해 문자 메시지와 통화 내용을 확보하기 위해 박 전 시장 휴대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강제수사의 필요성이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서울시청 비서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신청도 같은 이유로 기각됐다.
경찰은 피해자 측 제보로 박 전 시장 휴대폰 중 사망당시까지 그가 지니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휴대폰에 대한 디지털포렌식 분석에 착수했지만 유족 측이 포렌식을 중단시켜달라며 낸 준항고를 법원이 받아들여 수사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