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대한항공 지분 전쟁…반격 준비하는 KCGI

KCGI, 한진칼 주식 공개매수 성공
조원태는 여론전…주식 담보 대출로 실탄도 마련

입력 : 2020-08-18 오전 5:51:00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한진그룹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사모펀드 KCGI가 지분 확보를 멈추지 않으며 경영권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도 여론을 염두에 둔 행보를 이어가며 어렵게 방어한 경영권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17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CGI-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반도건설 주주연합이 보유한 한진칼(180640) 보유 지분율은 45.23%로 조 회장과 우호세력 합산 지분율 43.83%를 앞선다.
 
주주연합이 지난 3월 말 열린 정기 주주총회 직전까지 확보했던 한진칼 지분은 42.13%였다. 당시 주총에서는 반도건설의 지분 중 3.2%가 허위 공시로 제한되고 지난해까지 확보한 지분만 의결권이 있어 28.78%만 효력이 있었다. 이 때문에 37.15%의 지분을 보유했던 조 회장에 크게 밀리며 승기를 넘겨줘야 했다.
 
그래픽/표영주 디자이너
 
KCGI, 한진칼 주식 공개매수 성공
 
향후 임시 주총을 기약하며 물러난 주주연합은 지분율을 3%p가량 늘리며 설욕전을 시사하고 있다. 아울러 한진칼 신주인수권증권(워런트) 공개매수에까지 나서며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전력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CGI가 지난달 23일부터 진행한 신주인수권 공개매수는 성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KCGI가 밝힌 공개매수 규모는 120만주였는데 이보다 2배 이상 많은 물량이 몰렸기 때문이다. 신주인수권은 정해진 가격에 발행회사의 신주를 살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증권이다. 보통 매수 의사를 밝힌 날의 종가보다 웃돈을 얹은 가격으로 사들인다.
 
공개매수가 성공함에 따라 주주연합은 한진칼 지분율 1.48%를 추가해 46.71%를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측보다 3%p가량 앞서는 수준이다.
 
아울러 정기 주총 결의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도 진행 중이다. 반도건설 의결권이 막힌 것이 정당하지 않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 대한항공 자가보험과 사우회의 의결권 행사가 조 회장에 유리한 방향으로 됐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만약 법원이 반도건설 지분을 인정하고 대한항공 자가보험과 사우회 의결권 행사가 정당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면 정기 주총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도 있다. KCGI 관계자는 "소송은 진행 중이며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대한항공이 위기를 맞은 가운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KCGI 주주연합의 지분율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론전 펼치는 조원태…주식 담보 대출까지
 
이처럼 주주연합이 공세를 펼치는 가운데 여기에 맞서는 조 회장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특히 전문경영인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주연합의 지적을 의식한듯한 여론전이 한창이다. 대한항공(003490)은 코로나19로 여객 수가 줄며 화물기 운항을 늘렸는데 이 소식을 전하며 조 회장의 아이디어였다고 알린 바 있다. 화물기 운항으로 올 2분기 흑자를 거둔 뒤에도 조 회장의 결정 덕에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직원 민심 달래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사내 메일을 통해 "임직원들로 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도 흑자 영업이익을 시현했다"며 "희생을 감수하고 휴업에 동참하며 위기 극복에 힘을 실어준 모든 직원에게 진심으로 고맙다"고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경영자의 능력을 검증받고 내부 지지를 통해 총수 지위를 굳히기 위한 행보라고 해석하고 있다.
 
아울러 지분율 늘리기도 멈추지 않고 있다. 주주연합이 신주인수권 공개매수에 나선 후 조 회장도 보유한 한진칼 주식 70만주를 농협은행에 맡기고 200억원을 빌렸다. 사용처는 아직 밝히지 않았지만 KCGI처럼 신주인수권 매입을 위해 자금을 확보했다는 관측이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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