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상여금과 중식대 등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달라며 노동조합이 기아자동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노조 측의 승소가 사실상 확정됐다. 소 제기 9년만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0일 기아차 노조 소속 약 3천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노사 합의에 따라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한 뒤 근로자들이 이를 번복할 경우 민법상 신의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였다. 기아차는 노조 측 청구가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주기 때문에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항변했다. 1심과 2심에서 가장 맹렬히 다퉈졌던 쟁점도 이 부분이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대법원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사용자에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해 신의칙에 위반되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면서 "이 사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게 됨에 따라 발생하는 추가 법정수당액의 규모, 피고의 당기순이익과 매출액 등 규모, 피고가 동원 가능한 자금의 규모, 피고 기업의 계속성과 수익성 등의 사정을 고려하면,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청구로 인해 피고에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1심과 2심의 판단을 유지한 것이다.
기아차는 근로자들이 소송 제기 당시 법정수당 부분에 대한 청구금액을 확장한 부분에 대해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근로자가 소제기 당시 통상임금이 잘못 산정되었음을 전제로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지급해야 하는 법정수당의 일부를 청구하면서 장차 청구금액을 확장할 뜻을 표시했고, 이후 소송의 진행경과에 따라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급여 항목을 변경 또는 추가해 법정수당 청구금액을 확장한 경우, 소제기 당시부터 청구한 법정수당 전부에 관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이 발생한다"면서 "최고서의 내용, 원고들의 소장 기재 내용과 청구취지 변경 경위, 소송 경과 등에 비춰 보면, 이 사건 소제기로 인한 소멸시효 중단의 효과는 통상임금 재산정을 전제로 한 미지급 법정수당 전부에 미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근로계약과 사업장 취업규칙, 단체협약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휴게시간으로 분류된 생산직 근로자의 정규근무시간 및 연장근무시간 내 각 10분 또는 15분을 근로시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고, "주5일 40시간 근로제 도입에 관한 노사 합의에 따라 토요일을 유급 휴무일로 정한 이상 이후 단체협약의 휴일 및 휴가 조항에서 토요일을 휴일로 규정하지 않았더라도 그 효력은 유지된다"고 판시했다.
앞서 기아차 생산직 근로자 2만7424명은 2011년 "연 700%인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각종 수당을 다시 계산해 지급해야 한다"며 사측을 상대로 "미지급 임금 1조926억원(원금 6588억원+지연이자 4338억원)을 지급하라"낸 취지의 소송을 냈다.
1심은 2017년 8월 통상임금 대상 중 일비에 대해서는 "영업활동수행이라는 추가적 조건이 성취돼야 지급되는 임금으로,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피고는 원고에게 총 4223억원(원금 3126억원·지연이자 1097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2심 역시 1심 판단을 대부분 유지했다. 다만 중식대는 소정의 근로대가성과 일률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 가족수당은 일률성이 부정된다는 취지에서 각각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청구금액 6588억원과 지연이자 중 3125억원과 지연이자를 회사가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