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글로벌 인공장기 분야 핵심기술로 떠오른 3D 바이오프린팅과 이종장기 기술 확보를 위한 국내사들의 노력이 줄을 잇고 있다. 전통 의약품 시장과 달리 아직 패권을 쥔 국가 또는 기업이 없는 만큼, 기술 경쟁력을 앞세운 시장 선점을 위한 잰걸음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관련 분야에 힘을 실어줄 첨단재생바이오법(첨생법)이 시행되면서 개발 탄력이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12년 설립된 로킷헬스케어는 창립 4년 만인 2016년 차세대 3D 바이오프린터 '인비보' 개발에 성공해 미국과 캐나다, 독일 등 선진국을 포함한 10개 이상 국가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바이오프린터 제조를 넘어 재생의학 플랫폼 진출을 노리고 있는 로킷헬스케어는 심할 경우 발목을 절단해야 하는 난치성 질환인 '당뇨병성 족부궤양' 재생플랫폼 기술에 대한 유럽 자가재생치료법 승인을 받은 상태다. 해당 연구 성과는 지난 6월 미국당뇨협회(ADA) 학회지에 게재된데 이어, 다음달 현지 임상 돌입을 앞두고 있다.
로킷헬스케어 직원들이 자체 개발한 바이오3D프린터 '인비보'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티앤알바이오팹(246710)은 이달 한국콜마의 바이오 자회사 HK이노엔과 '3D 바이오프린팅 인공 피부를 활용한 약물 및 기능성 소재 평가'에 대한 연구개발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티앤알바이오팹은 이번 협약을 통해 HK이노엔이 개발 중인 신약후보물질과 기능성 화장품 등의 효과 검증을 위한 인공피부를 개발한다. 독일계 헬스케어기업인 비브라운코리아와도 신경외과 영역에서의 조직재생 및 치료용 제품의 공동개발과 판매에 관한 협약을 맺은 상태다. 회사는 한국산업기술대학교와의 공동 연구를 통한 '하이브리드 바이오 잉크 및 이를 이용한 인공 조직 제조 방법'에 대한 국내 특허를 비롯해 80여건의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다국적 제약사 머크의 자회사 밀리포시그마와 손잡고 바이오잉크를 전세계에 유통하고 있다.
이종장기이식 분야에선 국내 주도로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부합하는 세계 최초의 임상시험 시도를 앞두고 있다. 서울대 의대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이 돼지 각막 이종 이식 임상시험계획(1·2a상)을 지난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했다. 사업단의 박정규 단장과 연구진을 영입해 지난 4월 복지부 이종장기 개살 신규과제 주관기관으로 선정된 제넨바이오(072520) 역시 무균돼지의 췌도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연구자임상의 계획서를 제출하고 식약처로부터 접수를 확인한 상태다. 임상은 사업단과 위탁연구기관으로 참여한 가천대 길병원 등이 함께 수행한다. 두 임상 모두 세계 최초의 이종 장기이식 임상이다.
이 같은 업계 노력은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된 첨생법을 통해 동력을 얻게될 전망이다. 첨생법은 재생의료 분야 바이오의약품을 최초로 제도 범위에 포함, 통합적으로 산업을 육성 및 관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법안이다. 희귀질환 치료를 위한 바이오의약품 우선 심사를 비롯해 개발사 맞춤형으로 진행되는 단계별 사전 심사, 유효성이 입증된 경우 조건부 허가(암 또는 희귀질환 한정) 진행 등이 주요 내용이다.
기존 의약품들과 상이한 체계에 현행 약사법 내 혜택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이종장기와 바이오프린터 기술을 활용한 기업들의 수혜가 기대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화학의약품에 비해 복잡한 구성 탓에 기존 규정에 따른 기술력 입증이 쉽지 않았지만, 맞춤형 별도 기준이 마련되면 허가가 한층 용이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적응증에 따라 신속한 시장 진입이 가능한 조건부 허가 역시 가능해진다.
또 허가를 위한 심사과정과 기간 단축은 물론, 기술도에 따른 신속심사까지 기대할 수 있다. 높은 기술장벽 통과와 함께 모호한 규제 허들까지 넘어야 했던 개발사들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셈이다. 업계는 첨생법 통과로 관련 신약개발 기간이 최대 4년까지 앞당겨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재생의료 분야 중요성과 혁신성을 인정한 만큼 그동안 생소한 기술에 분류 영역조차 없어 적용할 규제 기준이 부재했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유석환 로킷헬스케어 대표는 "최근의 질병이 대부분 만성적·복합적 상황에서 기존 의약품들 만으로 온전한 치료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데, 첨생법 카테고리에 속한 치료법들이 만성·복합질환 관리에 효율적인 방법들인 만큼 단순 업계 수혜를 넘어 환자들의 재생률 또는 치료율을 높일 수 있는 효과가 있다"라며 "또 재생의료 분야 기준이 명확했다는 부분은 기술 질에 따라 관련 업체들의 옥석가리기도 가능해졌다는데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