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종 전 법원장 1심 무죄…'사법농단' 4연속 무죄(종합)

공무상비밀누설·직권남용 등 혐의…"피고인 지시 인정 어려워"

입력 : 2020-09-18 오전 11:42:17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수사 기밀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이 앞서 사법농단으로 재판을 받은 다른 전·현직 법관과 마찬가지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재판장 김래니)는 18일 오전 10시 공무상비밀누설,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법원장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사법농단 사건에 대한 무죄 판단은 이 전 법원장이 4번째다.  
 
이 전 법원장은 지난 2016년 서울서부지법 소속 집행관사무소 비리 사건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수사가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한 비밀을 기획법관에게 영장전담 판사들로부터 관련 자료를 수집할 것을 지시하고, 그해 10월18일부터 11월 4일까지 5차례에 걸쳐 행정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송부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이 과정에서 법원장의 직권을 남용해 영장청구서 사본을 입수하고, 관련자들을 불러 검찰 진술 내용을 파악해 보고하도록 한 혐의도 받는다.
 
재판부는 우선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에 대해 "증거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철저한 감사 목적 외에 수사 확대를 저지하려는 목적은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임종헌 전 차장으로부터 이러한 지시나 부탁을 받았다는 점을 인정할 자료가 없고, 수사 확대 저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거나 마련한 사실도 확인되지 않는다"며 "법원장으로서 철저한 감사 지시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서울서부지법에서 수집한 자료를 보더라도 법원 내부 감사를 위해 필요한 자료이고, 타 법원 수사 확대 가능성에 대한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집행관 비리 사건 수사 과정을 보더라도 법원이 자의적 영장 기각으로 수사를 저지한 사실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관련자 진술을 종합해 볼 때 관련 자료를 제공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들은 감사 필요성에 따른 기획법관의 요청에 의해 이러한 행위를 했을 뿐"이라며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서 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모씨 등 증인이 모두 법정에서 법원장으로서 철저한 감사를 지시했을 뿐이고, 수사 상황을 파악하란 지시는 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한다"며 "수사 기관에서는 피고인의 지시가 있었다는 듯한 취지로 진술한 부분도 있긴 하지만, 증거에 의해 인정되는 법원 감사 진행 상황 등을 고려하면 이들의 법정 진술이 더 믿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도 "피고인의 지시 사실을 인정할 수 없는 이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는지는 나아가 판단할 기회가 없을 것"이라면서 무죄로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영장 사본에 대한 부분은 그러한 지시가 있었더라도 법원장의 정당한 업무 수행이라 직권남용에 해당할 여지가 없다"며 "나머지 지시도 관련자 진술을 종합하더라도 위법·부당한 지시라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전 법원장은 선고 이후 법정을 나오면서 "올바른 판단을 해주신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며 "30년 넘게 일선 법원에서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재판해 온 한 법관의 훼손된 명예가 조금이나마 회복될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달 13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헌법상 영장주의 취지를 오염시키고 훼손했으며, 조직 보호를 위해 직권을 남용했다는 점에서 범행이 매우 중대하다"면서 이 전 법원장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앞서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된 법관 중 유해용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이 지난 1월13일 가장 먼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며,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는 2월13일, 임성근 부장판사는 그달 14일 같은 판단을 받았다.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이 1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법원 앞에서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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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