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박덕흠 의원의 '피감기관 수천억원대 공사수주' 의혹 등이 불거진 것을 계기로 국회의원을 포함한 공직자에 대한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법제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에 대한 논의가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여당에서 조속히 법안 추진에 나선 가운데 야당에서도 공감하는 분위기여서 법 제정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은 23일 정치개혁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이해충돌방지법을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겠다고 방침을 정했다. 김남국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근본적으로 이해충돌과 관련된 세부적 기준의 규정을 마련하고 이해충돌 사안이 발생할 시 처벌할 명확한 근거를 마련하겠다"며 "이해충돌이 단순히 도덕적 비난, 비판만 받고 끝나는 문제로 넘어가는 게 아니라 명확히 처벌할 수 있는 제도적, 입법적 개선을 정기국회 때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가족 명의의 건설회사를 통해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천억원대 공사를 특혜 수주한 의혹으로 ‘이해충돌’ 논란을 일으킨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당 정치개혁 TF는 국회에 발의된 법안을 중심으로 이해충돌방지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이해충돌방지법은 총 8건 발의돼 있다. 정부가 지난 6월25일 발의한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안'에는 직무 관련 외부 활동과 가족 채용, 수의계약 제한 등 이해충돌 사례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김남국 의원도 지난 21일 국회법·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국회의원이 해당 상임위의 직무와 관련된 영리행위 또는 사적 이익 추구행위 등을 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법안 추진에 공감하며 이해충돌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여야를 떠나 해당분야의 전문성과 이해충돌 사이에서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며 "국민권익위원회도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적극 환영하고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의원에 대한 이해충돌과 관련해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여야 모두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이해충돌 의원 전수조사안을 최고위원회에 올려 최종 시행 계획을 결정하기로 했고, 국민의힘에서도 국회 내 전수조사위원회를 구성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이해충돌과 관련한 전수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해충돌 기준을 어떻게 규정할 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는 이해충돌방지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여야 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정치개혁 TF단장인 신동근 의원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이해충돌방지법이 통과되기 위한 환경은 조성돼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여야 간에 의견이 서로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해충돌 부분이 대부분 공직에 관한 부분인데 국회직은 약간 특수성이 있다"며 "지나치게 하면 국회 활동 자체가 거의 불가능해진다. 이런 점 등을 포함해 내용적으로 좀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